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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전문가 기고]저출생시대 인재양성 위한 진로교육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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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윤경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해 향후 20∼30년 뒤에는 심각한 인적자원의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교육 강화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인적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고, 학력별, 전공계열별 미스매치를 줄이며, 고부가가치 산업과 직업으로 인력을 공급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사회 변화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올해 말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삶과 연계한 교육,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함양 교육, 진로와 적성에 따른 의미 있는 학습경험 제공 등을 개정 방향으로 삼고 있다. 진로전환기 진로연계교육(초1, 초6, 중3, 고1, 고3)과 고교학점제 등도 학생들이 삶과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하는 교육 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국정과제인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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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교육 체제 개선으로 교육내용, 교육방법 등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교생활 만족도가 증가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재학생이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긍정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2년 46.7%에서 2020년 59.3%로 증가했다(그림 1). 2014년과 2016년만 조사된 소질과 적성개발에 대한 만족도도 2014년 35.8%에서 2016년 37.2%로 긍정 응답 비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는 수년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의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는 2008년 37.7%, 2014년 36.9%, 2020년 37.3%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그림 2).

전공과 직업의 미스매치는 사회 및 직업세계의 변화가 빠르지만 교육정책은 ㅇ;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미래인재 양성 정책은 다양한 진로개발을 요구하는 수요자의 관점을 반영한 교육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즉, 교육의 수요자인 학습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학습 참여와 이행이 동반돼야 미래인재 양성 정책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인재양성 정책의 토대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진로교육이어야 한다. 학교 진로교육은 2011년부터 진로교육에 전문성이 있는 진로전담교사를 양성·배치하고 진로교육 및 진로체험 지원 체계를 구축하면서 강화됐다. 그러나 융복합 시대를 맞아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 진로교육은 방향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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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진로교육은 사회와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멀티 진로, 융합 진로를 탐색·설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타고난 소질과 적성뿐만 아니라 학습과 활동 경험을 통해 계발되는 소질과 적성도 강조해야 한다. 일부 진로는 특정 전공과 하나의 직업이 높은 매치율을 보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진로는 다른 전공들의 역량이 복합적으로 요구되거나 다른 직업들 간 협업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다른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유사한 전공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에도 관심을 가지며, 대학에서 주전공뿐만 아니라 부전공, 복수전공을 이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4년제 대졸자 중 약 19.5%가 복수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주전공 계열별로 인문계열 42.6%, 비상경계열 23.6%, 상경계열 19.3% 순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및 비상경계열 학생이 상경계열로 복수전공을 할 경우 첫 직장에 취업할 확률을 높일 수 있지만, 상경계열 학생의 복수전공 이수는 취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학 및 자연계열 학생이 상경계열로 복수전공을 할 경우 첫 직장 취업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자연계열의 경우 인문계열 복수전공 이수가 첫 직장 취업 확률보다는 취업의 질(정규직 여부, 월평균 임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학 내에서 복수전공의 허용 비율을 늘리고 대학 간 복수학위제를 도입하는 등 학생들의 부전공, 복수전공 이수 비율이 중가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강신청의 어려움, 교수와의 소통 부족, 수업차별 등을 불만족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아직 교육통계서비스에 관련 통계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은데 우리나라 대학생의 부전공, 복수전공 이수 현황 및 동향을 조사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연구해 부전공, 복수전공 이수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 및 직업 세계의 융복합이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협업 능력이 생산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유사한 전공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물론 다른 전공이나 직업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 협력적 태도를 키워야 한다. 기업들도 청소년들이 미래 산업 및 신기술 분야의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 준비를 해나갈 수 있는 교육 기회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윤경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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