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가스관 폭발' 두고 "러시아의 파괴공작" VS "미국 배후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방-러, 서로 네 탓 공방
러, 유엔 안보리 소집 요청
"미국이 배후인지 바이든 답해야"
한국일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의 해저관에서 가스가 새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 해저관 3개에서 하루 새 연달아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서방은 러시아의 의도된 사보타주(파괴공작)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 사고를 다룰 것을 요구했다.

EU "가스관 누출은 고의, 강력대응할 것"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7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 명의 성명을 내고 "모든 유효한 정보는 이 누출이 의도적인 행위의 결과라고 지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모든 고의적 교란에는 강력한 공동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성명에서 배후가 누구인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러시아를 특정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럽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고의적 훼손은 용납될 수 없고,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계수역(EEZ) 내 노르트스트림1에서 2건의 가수 누출이 발생했고, 전날에는 노르트스트림2에서 누출이 확인됐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점차 줄이다 지난 2일에는 완전히 중단한 바 있다. 노르트스트림2는 준공은 됐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동되지 못했다.

한국일보

독일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2의 파이프라인. 루브민=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배후설 흘린 러시아… 안보리 소집 요청도


러시아는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멍청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외려 미국을 배후로 지목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가 러시아의 테러 공격이라는 서방 일각의 주장에 대해 "예상 가능했던 멍청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의 가동 중단에 관심이 없다. 러시아는 이번 사고로 가스 공급로를 잃었다"며 "노르트스트림의 가동 중단은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월 발언을 언급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만약 러시아 탱크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는 없을 것"이라며 "내가 장담한다.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노르트스트림2를 없애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가 무슨 뜻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노르트스트림 비상 사태 이후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미 에너지 기업의 수익이 급증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한술 더 떠 가스관 누출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서 다룰 것을 요구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8일 SNS에 "이번 사고의 배후가 미국인지 바이든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