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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부·한은, 채권시장에 5조 긴급 투입… 공매도 금지도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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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차관보 “각국 외환 당국 전쟁에 준하는 상황”

조선일보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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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전쟁이라 부르지는 않더라도 각국 외환 당국이 전쟁에 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기획재정부 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예정에 없던 간담회를 갖고 “외국 주요 언론이 역환율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일본도 24년 만에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킹달러(달러 초강세)’에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경쟁에 나섰다는 뜻이었다.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이날 위안화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통화가치 하락)하면서 원화도 오후 한때 달러당 1442.2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3년여 만이다. 원화가 위안화를 따라 움직이는 동조 현상에 따른 현상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25%)이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 중에서는 한·중 경제를 한 묶음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해외 펀드들이 중국 주식·채권을 팔 때 우리나라 주식·채권도 함께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 국채 매도로 국채 가격은 하락(국채 금리 상승)했다. 이날 오전 국채 금리(3년물)는 전일 종가보다 0.2%포인트 가까이 오른 연 4.5% 수준에 달했다.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2200선이 무너졌다.

외환·채권·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관계 당국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에 5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채권을 대량으로 매수해 채권 값을 끌어올리면 채권 금리는 하락한다. 기획재정부는 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바이백(Buy-Back·조기 상환)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한은도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 증시 폭락 때 꺼냈다가 중단한 11조원 증시안정펀드 재가동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 전면 금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채 금리와 환율 종가는 각각 4.338%, 1439.9원으로 장중 고점보다 낮아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전망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것도 금융시장 불안 해소에 힘이 됐다. 그러나 피치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2.6%, 내년은 1.9%로 낮게 제시했다. 주요 국제 기관 중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건 피치가 처음이다. 피치는 “세계 경제의 가파른 둔화가 한국의 수출과 설비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부문은 중기적으로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유지되겠지만 주기적인 침체 국면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했다.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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