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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MF “영국 감세, 인플레·불평등 부추길 것”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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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 뇌관 우려…전문가·언론 매체들 전방위 경고

‘파운드화 폭락’ 트러스 경제정책에 정권교체 가능성 진단도

경향신문

국제통화기금(IMF)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영국 정부가 2027년까지 450억파운드(약 70조원)를 감세하기로 한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부추긴다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IMF는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현시점에서 목표 없는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IMF는 영국 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영란은행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목적이 어긋나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IMF는 영국 정부의 조치는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파운드화 폭락 사태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IMF의 이번 논평은 쿼시 콰텡 영국 신임 재무장관이 지난 23일 발표한 ‘수정 성장계획’에 대한 첫 반응이다. 선진국 경제정책을 두고 IMF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영국 정부의 성장 계획은 가계 및 기업의 에너지 부담 경감과 감세,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감세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급기야 영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퍼졌다. 지난 26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27까지 급락했다. 1971년 이후 최저치였다.

그러자 ‘감세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고전적 논리에 기댄 영국 정부의 조치가 정부 재정만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낳아 경제적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문가들도 영국 상황에 대해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없는 대규모 감세는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 장기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며 이는 영국이 신용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영국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왕립대 경제학자 조너선 포츠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사진)의 정책에 대해 “대처리즘이라기보다는 레이거노믹스”라고 말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처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축소한 뒤 감세하는 게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처럼 재정확장과 감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레이건을 흉내 내는 트러스의 시도는 실패할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레이거노믹스는 세계 최고의 준비통화인 달러의 강세를 토대로 수입 물가를 눌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서 추진될 수 있었지만 영국 파운드로는 그런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러스 정부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지난 23~25일 실시된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12년째 야당인 노동당 지지율은 45%로 보수당(28%)에 무려 17%포인트 앞섰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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