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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英중앙은행도 파운드화 급락에 극약처방 "2주간 장기채 무제한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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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시장 개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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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BOE)이 28일 정부의 대규모 감세 폭탄에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가 추락하자 국채시장 개입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감세가 부채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영국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최후의 보루인 중앙은행이 나선 것이다.

영국 재무부도 BOE의 개입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상당한 변동성과 시장 기능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국채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OE의 국채 매입은 다음 달 14일까지 약 2주로 엄격히 제한된다. 다만 BOE는 “장기국채를 필요한 만큼 사들이겠다”고 밝혀 매입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실상의 무제한 개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BOE는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국채를 다음 주부터 처분하려던 일정은 다음 달 말로 약 한 달 연기한다. BOE는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양적긴축(QT·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감세 정책에 5%를 돌파했던 영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BOE의 발표 직후 장중 4% 초반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파운드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BOE의 개입이 일시적으로는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어도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규모 감세를 철회하거나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부채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지 않는 한 파운드 투매와 금리 급등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도 27일 영국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선진국의 경제정책에 좀처럼 ‘훈수’를 두지 않는 IMF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IMF는 성명에서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점을 감안하면 목적이 모호한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IMF는 이어 “재정·통화정책이 어긋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총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재정을 푸는 것이 역효과만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IMF는 “에너지 가격 충격 속에서 가계와 기업을 도우려는 영국 정부의 의도는 이해한다”면서도 “감세는 고소득자에게 불균형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고 불평등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영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으면서도 “영국 정부의 재정 전략 신뢰성을 둘러싼 시장의 충격이 지속되면 영국이 적당한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영구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BOE가 1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한 번에 1.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OE의 휴 필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정부의 새 재정 정책과 시장의 심각한 반응, 세계 각국의 광범위한 금리 상승은 상당한 통화정책 대응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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