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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로터리]푸틴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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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경제


우크라이나와의 전황이 불리해지자 러시아는 30만 명의 신규 병력 조달을 위한 국민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의 하원인 두마가 이를 뒷받침하는 병역기피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불복 시 최고 10년형을 살게 된다. 이러자 러시아가 난리가 났다. 동원 대상자들이 항공과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징병을 피하기 위한 팔 부러뜨리기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다.

전장에서는 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졸업도 하지 않은 사관학교 생도들이 장교로 투입되고 있으며 중위가 대대장으로 군을 지휘하기도 한다. 러시아 군인들이 탱크는 5만 달러, 자주포는 1만 달러, 장갑차는 5000달러에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이런 일들의 원인 제공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의 심리적 왜곡이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확증편향과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졌다.

확증편향의 함정이란 자신이 매우 옳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매몰비용의 함정이란 실패로 판명 난 일에 지속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이유는 잘못된 전망, 자존심, 그리고 일관성 유지 때문이다. 잘못된 전망이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비이성적 예측을 말한다. 자존심이란 자신의 권위나 위신을 지키기 위한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일관성 유지란 자신은 과거나 지금이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이 둘의 함정에 빠지면 인간은 걷잡을 수 없이 잘못된 길로 간다.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는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추출해 행동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푸틴은 절대 자기의 잘못을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전쟁을 끌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푸틴이 빠진 함정에 기업 리더들도 빠지고는 한다. 나카무라 구니오 회장이 예다. 그는 일본의 거대 기업 파나소닉의 최고경영자로 내부에서는 리틀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파나소닉의 설립자이며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던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후신이 바로 그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를 벼랑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다. 파나소닉은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 TV의 글로벌 강자였다. 그런데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이 등장하면서 TV 시장에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자 LCD TV가 PDP TV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카무라 회장은 PDP TV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 PDP가 불리하다는 정보가 올라와도 무시했다.

이 기술에 투자된 돈은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치고 나가는 LCD는 PDP보다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확증편향도 가지고 있었다. 이 결과 파나소닉은 2010년 TV 사업에서만 11조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그리고 조용히 글로벌 TV 시장에서 사라졌다. 나카무라의 오류가 푸틴에게도 나타났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대재앙에 빠졌다. 반면 우리에게는 큰 교훈을 남겼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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