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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증안펀드, 2000 붕괴 후 투입땐 늦어"···규모도 20조이상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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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조 증안펀드 꺼낸 정부]

한국증시, 亞서 유독 하락폭 커

상장사 45% 신저가 갈아치워

당국, 공매도 전면 금지도 검토

"中·日처럼 정부가 적극 나서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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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린 환율에 이번에는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덮치면서 국내 증시가 또다시 급락했다. 2년 2개월여 만에 2200선도 내줬다. 수출 의존형에 기술주 중심이라는 특성에 환율·물가·가계부채라는 ‘트릴레마’까지 더해져 우리 증시는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유독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32조 원을 사들였으나 끝없이 주가가 추락하면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20%까지 치솟으면서 ‘빚투 개미’들은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다. 뒤늦게 금융 당국이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 종목 45% 신저가···韓 증시 유독 더 하락=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1103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체 상장 종목 935개 중 48.2%인 451개 종목이, 코스닥은 1511개 종목 중 43.1%(652개)가 신저가였다. 삼성전자는 장중 5만 250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도 8만 500원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주가 급락의 배경에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는 환율뿐 아니라 경기 침체 이슈도 부각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달러 강세, 금리 급등 등 최근 주식시장 하락을 야기한 요인들이 한꺼번에 유입되며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주가가 반등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악재다.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06억 원, 1782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는데 개인은 3260억 원을 순매수했다.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개인들의 반대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과 비중은 각각 392억 원과 20.1%로 치솟았다. 반대매매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올해 1월 21일(22.3%) 이후 처음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신용잔액률이 5% 넘는 종목은 코스피·코스닥 합쳐 237개였다. 신용거래가 많은 종목은 주가 하락시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 7767억 원으로 코스닥(8조 7884억 원)이 전체의 47%를 차지한다.

우리 증시의 급락세는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유별났다. 일본(닛케이225지수)과 중국(상하이종합지수)지수는 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당국, 뒷북 대책도 “검토만”···증안펀드 확 늘려야 지적도=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 당국은 증안펀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유관 기관과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두 차례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28일 오후에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안펀드는 지수 급락을 제어하기 위한 기금이다. 지수 대표 상품을 매입해 지수 급락을 막는 방식이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 말 5대 금융지주 등 금융권에서 10조 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 7600억 원 등 증안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4월 본격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당시에는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실제로 자금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캐피털콜(투자 대상 확정 후 실제 투자 집행시 자금 납입)을 통해 약 1조 2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는데 집행하지 않고 대부분 다시 돌려줬다.

이번에는 증안펀드의 규모가 기존보다 더 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 이유다. 지난달 말 2400이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 만에 2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미국의 초긴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여기에 기업들의 실적 악화까지 이어질 경우 추가 주가 하락도 가능하다. 다만 펀드 규모를 기존 10조 7000억 원에서 더 키우려면 출자사들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코스피지수가 2000대로 내려가면 증안펀드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펀드를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규모를 20조 원 이상으로 더 키워 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심상치 않은만큼 신속하게 펀드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지수 2000이 붕괴되면 불안 심리는 더 커질 수 있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증시 안정화와 관련해 공매도 전면 금지 역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함께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기존에 시행 중인 △증권사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상장기업 자사주 매수 수량 제한 완화 조치 및 연장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지원 확대 및 연장 등 조치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으로 새롭게 제시된 내용은 확보된 매입 여력을 활용해 저신용 기업 회사채 매입에 나서겠다는 신호 정도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증안펀드 실무회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신호를 주는 셈이지만 향후 지수가 얼마나 더 내려갈지 알 수 없어 쉽사리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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