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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리남’ 박해수 “완전히 달라진 길, 계속 가야죠”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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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에서 최창호를 연기한 배우 박해수.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지난 20일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해수는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오후 4시에 주고받기 어색한 인사말이라고 생각한 순간, 어떤 목소리가 머릿속을 퍼뜩 스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에서 박해수가 연기한 최창호의 단골 대사, “식사는 잡쉈어”였다. 박해수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식사는 잡쉈어’라고 묻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식사는 잡쉈어”는 ‘수리남’을 집필·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쓴 대사다. 극중 국정원 요원인 최창호는 사기꾼이자 마약 밀매범 전요환(황정민)에게 접근하려고 구상만이라는 가짜 인물을 연기한다. 구상만의 성격을 압축한 대사가 바로 ‘식사는 잡쉈어’다. 반말이라기에는 공손하고 존댓말이라기엔 껄렁대는 인사말에서 불량스럽고 으스대는 면모가 엿보인다. 깍듯하고 반듯한 최창호와는 정반대다. 박해수로서는 사실상 1인2역을 소화한 셈이다.

“최창호와 구상만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아예 다른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게 중요했어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로 어느 정도 (구상만의 성격이) 표현되니까 과하게 연기하지 않으려 했죠. 구상만은 전요환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동네 건달보다는 사업가 면모가 돋보이도록 캐릭터에 접근했습니다.”

박해수는 특히 최창호의 동기에 집중했다. “최창호이 어떻게 그렇게 올곧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다 “전요환을 추적하며 생긴 절실함과 치열함, 수년에 걸쳐 실행한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나타나는 피폐함”에 다다랐다. 취재진 사이에서 최창호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를 제작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자, 박해수는 양 손을 쭉 뻗으며 반가워했다. “최창호 스핀오프가 나온다면 전요환을 잡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공작과 실패 과정들을 다룰 수 있을 것 같다”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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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스틸. 넷플릭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개된 ‘수리남’은 지난 12~18일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박해수는 “9월에 뭐(행운)가 있나 보다”라며 웃었다. 그는 ‘오징어 게임’ 흥행 덕에 최근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도 다녀왔다. 후보로 오른 남우조연상에서 상을 받진 못했지만, 이정재(남우주연상)와 황동혁 감독(감독상)의 수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기쁨을 나눴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시간이었단다.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던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단국대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RDP라는 어둠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매달 한 편씩 새 연극을 올렸다. ‘하기 싫은 배역을 맡아야 성장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온갖 캐릭터를 입고 벗었다. 관객 하나 없던 공연장이 박해수의 연기 인큐베이터였다. 그렇게 자신을 갈고 닦은 박해수는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대학로를 누비며 활동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기 전까진 그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박해수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연극판에서 관객 한 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던 제가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는 플랫폼(넷플릭스)에 출연작을 여러 편 올린 배우가 됐어요. 제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뭘 위해 이런 시간을 겪는지는 10년쯤 지나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지금은 선배들이 만든 물살을 지혜롭게 타보려고 합니다. 요즘엔 책임과 부담마저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계속 가야죠, 제 길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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