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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미 작가 김주혜 “제2의 ‘파친코’ 영광이지만 독창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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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국내 출간 기념 간담회

“대학 졸업 후 9개월 즈음 통장에 딱 50달러”

“4달러짜리 빵도 못 사먹고 콩·오트밀로 버텨”

서울경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와 비교되는 건 영광이지만 두 소설 모두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35)는 6년간 첫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북스) 국내 출간을 기념해 28일 가진 온라인 화상 간담회에서 “’파친코’가 가족을 위한 생존 소설이라면 제 작품은 나라를 위한 투쟁 소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출간한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은 전자 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이달의 책’에 올랐고, 더타임스 등 미국 40여 개 매체에 추천 도서로 소개됐다. 1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이달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 평화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책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부터 해방 이후 1965년까지 약 50년간 한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립 투쟁과 격동의 세월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파친코’처럼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은 뒤틀린 운명을 그렸다는 점에서 ‘제2의 이민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 작가는 “언어가 사람의 사고방식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영혼·가치관을 형성한 한국어로 이 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니 예술가로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국내 출간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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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배고픔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9개월 즈음엔 통장에 딱 50달러가 있었거든요." 돈이 없어 캔으로 된 99세트짜리 콩과 오트밀을 가장 많이 사 먹었고 4달러짜리 빵도 사 먹을 수 없었다.

그는 역사적 배경을 일제시대로 설정한 이유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에 관여한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영향이 컸다. 또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 역사 관련 서적과 한국의 근대 소설도 즐겨 읽어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한다. “어머니와 이모에게서 1970년대 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독립운동가 자손들은 가족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 편인데, 작품이 출간되자 부모님이 기특하게 생각해주셨죠.”

김 작가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했고 프린스턴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이민자 가정에서 힘겹게 자라 월급쟁이가 꿈이었던 그는 2011년부터 3년간 출판사에서 일했지만 유색 인종이자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 받았다고 한다. 직속 상사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고 프리랜서로 나섰다.

김 작가는 번역가 박소현씨가 옮긴 한국어판에 대해 “언어는 자체의 철학이 있고 읽는 맛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판에선 의성어, 의태어 표현이 많아졌고 아장아장, 얌전 같이 귀여운 표현도 생겼다. 작품 속 대사의 경우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영어로 옮겨 본래의 따뜻한 말투가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더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가 두 번째 장편 소설로 러시아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발레 이야기를 집필 중이다. 김 작가는 “9살 때부터 발레를 했고 무용을 좋아했다”며 “한국의 역사적인 이야기가 저의 조상으로부터 피로 내려온 이야기라면 발레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저의 사랑을 담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2년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다며 “다시 찾는다면 경복궁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국립발레단 공연도 보고 싶다”고 했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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