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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PGA선수 절반이 쓰는 '슈퍼스트로크' 인수…美 본격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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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준오 브이씨 대표가 다양한 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을 기대해 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 = 브이씨]


"보이스캐디를 창업할 때부터 목표는 '글로벌 브랜드'였습니다. 올해 선보인 초정밀 GPS(위성항법시스템), 초고속 레이저 거리측정기, 스윙분석기 등은 이제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 미국 골프 브랜드인 슈퍼스트로크를 인수하며 미국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브이씨 본사에서 만난 김준오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12년 전 무려 10만개나 팔린 음성형 거리측정기로 시작해 '수 ㎝' 단위로 정교한 초정밀 GPS를 적용한 APL(자동 핀 위치 추적 기술)까지 언제나 '반 박자' 빠른 기술 개발로 골퍼들이 좀 더 정교하고 즐겁게 골프를 칠 수 있게 만든 보이스캐디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거리측정기 브랜드로 우뚝 섰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개발자일 정도로 '첨단 기술 독립'에 진심인 김 대표는 서울대 전기과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 UCLA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다. 당연히 보이스캐디 제품은 철저하게 '골퍼들의 편리함'에 집중돼 있다. 0.1초 만에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거리측정기 TL1, 그린 경사와 퍼팅 방향까지 알려주는 '손안의 디지털 야디지북' Y1, 눈으로 보고 스윙을 교정할 수 있게 하는 골프 시뮬레이터 VSE 등 차별화된 기술로 골퍼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특히 '기술'에 진심이다. 김 대표는 "0.1초나 0.13초나 측정 시간에서 차이를 골퍼들이 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로 치면 '제로백' 시간의 한계를 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미세한 기술 차이가 쌓여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 뒤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우리는 골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정보기술(IT) 회사다. 기기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다른 회사와 다르다. 어떻게 하면 골퍼들이 기기를 쉽게 사용하면서 자신이 골프에서 세운 목표를 즐겁게 달성할 수 있을지 연구해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 독립을 위해 직원 15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개발 인력이다. 첨단 기술 없이는 절대로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선보인 초정밀 GPS를 이용한 APL++는 획기적이다. 마치 스크린골프처럼 그린 경사를 미리 보며 전략을 짤 수 있고 그린 위에서는 퍼팅 거리와 방향까지 알려준다. 재미있게도 이 기술은 이미 2008년에 만들어졌다. "초정밀 GPS 기술은 자율주행 관련 정부 과제를 하며 개발했지만 상용화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놓은 김 대표는 "4~5년 전부터 시장에 요구가 생겼고 인프라스트럭처도 갖춰져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초정밀 GPS 기술을 갖고 있었기에 빨리 적용할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개발·발전시켜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시키기 위해 KAIST 박사 인력만 3명 이상이 포진해 있는 팀도 있다. 당장 적용할 기술이 아니더라도 고객의 새로운 요구가 나왔을 때 바로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앞선 기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지식을 쌓고 준비해야 한다"며 "가장 창의적인 것은 가장 멀리 있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통해 어떤 기술들이 있는지 알아내고 연결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될 시간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맞설 첨단 기술을 갖춘 보이스캐디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서서히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10년 전부터 보이스캐디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주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입지가 많이 넓어졌다"고 설명한 김 대표는 "처음에는 시계형과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시작했고 2년 전 출시한 골프 스윙분석기 VSE를 통해 탄력을 받았다. 또 휴대용 스윙분석기인 SC300i는 누적 판매가 30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실적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골프 시장을 50% 이상 차지하는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골프 그립 회사인 슈퍼스트로크를 인수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보이스캐디의 시계형·레이저 거리측정기는 기술적으로 최고 브랜드들과 비슷하거나 앞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지도를 넓히는 작업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미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슈퍼스트로크를 인수해 좀 더 빠르게 미국 시장에 주류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립 회사를 산 것이 아니다. 슈퍼스트로크의 인지도, 그리고 프로·아마추어 골퍼들에 대한 좋은 네트워크를 한 번에 갖게 됐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앞으로 보이스캐디와 함께 슈퍼스트로크 브랜드로 런치모니터, 거리측정기 등을 내놔 미국 시장에 맞게 공략하고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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