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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드론도 못 뚫는다…과천에 이런 비밀스런 곳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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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기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국가고시센터` 전경. 건물과 건물 사이에 드론 출입 방지용 그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 = 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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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유선 보안전화, 침대 두 개가 전부인 숙소는 창문 전체가 불투명 시트지로 덮여 있었다. 작은 여닫이 창문은 '봉인' 글씨가 적힌 스티커가 붙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복도로 나와도 밖을 볼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 건물 외부의 모든 창문도 바깥에서의 건물 내부 시험지 촬영을 막기 위해 불투명 처리돼 있다. 폐쇄형 'ㅁ'자로 배치된 건물 가운데에 휴게를 위한 하늘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하늘을 바라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곳에도 각 건물을 잇는 120여 개의 투명 낚싯줄이 연결돼 있다. 드론 촬영을 활용한 시험지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얼핏 군사시설로도 보이는 이곳은 경기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인사혁신처 '국가고시센터'다. 매년 17종의 공직채용 시험 347개 과목·5000개가량의 문제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역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문패를 내건 국가고시센터가 28일 최초로 언론에 시설을 공개했다. 2005년 준공 이후 17년 만의 개방이다.

국가고시센터는 국내에서 치르는 공직채용 시험의 문제 대부분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행정고시'로 불리는 국가직 5급 공개채용 시험부터 9·7급 공채, 대통령 경호처 7급 시험, 중증장애인경채시험문제 등을 총괄한다. 4660개에 달하는 객관식 문제뿐 아니라 113개 과목의 면접 질문을 만든다.

"비행기도 멈춘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도의 중요도를 지닌 공직채용 시험인 만큼, 국가고시센터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보안이다. 시설 자체가 국가보안목표시설 '다'급으로 지정돼 국가정보원에서 관리하는 데다, 최근까지는 지도에 위치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방문한 기자단에도 까다로운 보안 절차가 그대로 적용됐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USB 반입이 철저히 금지된다. 카드형 USB 반입 여부를 감지하기 위해 지갑과 양말에까지 금속탐지기를 갖다 댔다. 통신기기 반입에 성공했다고 해도 시설 내부에 무선랜 차단 시스템과 비인가 USB 차단 시스템이 작동해 자료를 반출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120개의 '드론 방지 그물'도 마련해 혹시 모를 문제 누출을 막았다. 국가고시센터 관계자는 "얼마 전 비둘기가 그물을 뚫고 들어왔는데 다시 나갈 수가 없어 아직도 이 주변에서 배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출제위원들은 최대 20일까지 합숙을 하게 된다. 합숙 기간에는 외부 출입이 금지된다. 69대의 폐쇄회로(CC)TV를 보안요원이 2교대로 24시간 관찰하고, 위원들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상을 당한 경우에도 보안요원 2명이 동행해 외출한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만들어지는 문제인 만큼, 문제의 질 관리는 국가고시센터의 최대 숙제다. 국가고시센터는 9만5000여 개에 달하는 문제은행에서 문제를 골라 담아 시험을 구성하게 되는데, 같은 출제자의 문제가 몇 개 포함됐는지 등을 나타내는 통계를 통해 문제의 다양성을 구축한다. 국가고시센터에서 출제한 공무원시험의 오류율은 0.06%에 불과하다. 센터 관계자는 "철저한 시스템으로 오류율 0%에 도전하는 게 국가고시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과천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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