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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유럽 에너지發 경제위기, 2009년 침체 무색할 수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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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올 4분기 EU 경제성장률 -5% 이를 수도"

전문가 "4분기만 해당되는 문제 아니라 2년은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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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을 시사하는 일러스트레이션.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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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유럽 경제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무색게 할 위험이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에너지 시장과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자체(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한 결과 유럽연합(EU) GDP(국내총생산)는 현재 1% 감소, 올 4분기부터 침체가 본격화한다.

EU 27개국이 부족한 연료를 효율적으로 나눠 쓰지 못하면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5%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드리워진 2009년 불황만큼 깊다고 매체는 평했다. 2009년 EU의 경상 달러 GDP는 직전년도 대비 -1.3%로 수축한 바 있다.

매체는 EU가 이 수준의 위기를 피한다 해도 2023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3대 침체기가 될 궤도에 올라 있다고 덧붙였다. 역내 최대 경제국 독일이 가장 고통받을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은 "유럽은 상당히 깊은 경기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U와 각 회원국 당국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 부담 완화 노력에 고심 중이지만 그 효과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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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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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상황 역시 경기 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오는 10월 27일 열릴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EU 의회에서 앞으로의 경제 전망 관련 "어두워지고 있다"며 "4분기 경제활동이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일각에선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고 지속적인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유럽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제이미 러시는 말했다.

에너지 위기에서 산업 공급망은 극적으로,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붕괴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비료나 철강 등 에너지 집약적 투입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이미 경고음이 나오는 독일 기업들로 세계 최대 화학 제조업체 에보닉 인더스트리즈 AG,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 독일 2대 화학공장 운영 기업 도모케미칼 홀딩 NV 등을 꼽았다.

에너지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춤해짐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이달 국제유가와 전력 가격이 지난달 최고치보다는 조금 떨어졌다 해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정상 수치보다 6배 이상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가격 수준으로는 수천 개 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는 장기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불행한 사실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에너지 공급 및 가격과 성장 등을 결합한 모델 분석을 통해 이날 내놓은 유럽 경제의 암울한 시나리오는 러시아의 대EU 에너지 공급이 그래도 2021년 공급량의 약 10%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란 점이다.

올해 러시아의 실제 공급이 이 전제 아래로 떨어질 경우 모든 수치는 블룸버그의 전망 아래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마에바 커즌과 제이미 러시는 "소비가 충분히 줄지 않고 EU 국가 간 연대가 깨지기 시작하면 유가는 400유로 이상까지 치솟고 인플레이션이 8%에 육박, 올겨울 경제는 -5%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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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 감염병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글로벌 펀드 7차 재정 조달 회의서 윤석열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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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각 회원국 정부에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사 TS롬버드의 이코노미스트 다리오 퍼킨스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바고 있다"며 "가격 상한제, 유동성 지원, 대규모 재정 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횡재세'와 '연대세' 등 명목으로 총 1400억 유로를 조달해 가계·기업의 부담을 경감한다는 특단 대책을 제안하고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개별 정부도 적극 노력 중인데, 독일은 전력기업 유니퍼에 8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프랑스는 전기·가스료 인상 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예산으로 160억 유로를 편성했다.

이탈리아는 기업 구제금융 기금 140억 유로 조달 법안이 의회 승인을 받았으며, 네덜란드는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 지원책 등으로 172억 유로를 책정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헐에 따르면 이처럼 EU 각 회원국 정부가 가계·기업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배정한 예산은 이달 중순 기준 총 3140억 유로(약 433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EU 회원국 정부들이 이를 감당할 '돈'이 있느냐는 점이다.

브뤼헐의 시몬 타글리아피에트라 연구원은 "이는 EU 공공 재정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재정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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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중 얘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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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건도 도와주지 않는 듯하다.

JP모건체이스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 책임자 크리스티안 말렉은 이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 규제를 완화하면 중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해 유럽이 더 많은 경쟁과 가격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아누크 아노어는 "이건 단지 한 분기(3개월)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잠재적으로 2년은 갈 문제"라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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