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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답답한 세자르호, 에이스 안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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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분위기를 바꿀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그렇다.

한국은 네덜란드와 폴란드가 공동 개최한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22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이다. B조에 속해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렀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튀르키예(터키)를 상대로 치는 경기에서 '세자르호'는 모두 졌다.

그런데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 한국은 두 차례 조별리그에서 승점은 커녕 단 한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눈에 띄는 건 매 세트마다 20점을 넘긴 적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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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13번)이 2022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B조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 도중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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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표팀에서 공격을 책임진 '에이스' 김연경(흥국생명)이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치르는 두 번째 국제대회(앞선 대회는 지난 6월 열린 발리볼 네이션스리그다)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크다.

성장통 또는 세대교체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하기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공격을 주도하기엔 버겁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 대표팀내 유일한 아포짓 자원으로 선발한 하혜진(페퍼저축은행)은 도미니카공화국과 튀르키예전 모두 코트로 나오지 못했다. 부상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곤살레스 감독은 이선우(KGC인삼공사)를 아포짓으로 기용하고 있다. 29일(한국시간) 열리는 폴란드 그리고 다음 상대인 태국전까지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하혜진의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선우의 소속팀 동료 박해민이나 박정아와 함께 대표팀에서 두 경기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온 표승주(IBK기업은행)를 아포짓으로 돌려 내보내야할 정도다.

그런데 하혜진의 경우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부상을 충분히 인지 할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에선 대표팀 차출 공문이 온 뒤 선수 몸 상태에 대한 진단서를 첨부했다. 하혜진은 지난달(8월) 열린 2022 순천·도드람 프로배구대회에서 아포짓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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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대표팀 세터 염혜선(3번)이 2022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튀르키예(터키)전 도중 패스(토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국제배구연맹(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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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팀 사정 때문이었다. 그는 페퍼저축은행으로 오면서 포지션을 미들 블로커로 옮겼다. 지난 시즌 해당 포지션에서 적응하며 뛰었다. 그런데 컵대회에서 뛸 수 있는 미들 블로커 자원이 없자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하혜진을 도로공사 시절 포지션인 아포짓으로 돌렸다. 그리고 대표팀에서 뽑힐 경우 해당 자리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였다.

하혜진은 어깨 인대를 다친 상태에서 대표팀으로 갔다. 여기서 '소통'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한다. 하혜진은 진천선수촌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다.

소속팀은 대표팀 소속 국내 코칭스태프를 통해 MRI(자기공명영상)를 비롯한 정밀 검진을 요청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하혜진은 최종 엔트리 14명에 포함돼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고 일단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개점 휴업'했다.

대표팀 전지 훈련 중이나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다쳤다면 불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하혜진의 경우는 다르다. 곤살레스 감독은 하혜진의 부상에 대한 추가 검진과 관련해 '대한민국배구협회(이하 배구협회)로 부터 들은 바는 없다 '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곤살레스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포스트 김연경'을 준비해야하고 그런 과정에 있다. 김연경과 함께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한 김수지(IBK기업은행)와 양효진(현대건설)의 빈자리도 메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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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왼쪽)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후임으로 한국여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2022 VNL과 세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두 경기까지 14경기를 모두 패했다. 14전패당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사진은 라바리니 현 폴란드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을 맡을 당시 코치로 함께한 곤살레스 감독.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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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보완해야하는 부분은 분명히 드러났다. 세자르호로 닻을 올린 뒤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과 세계선수권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 뒤만 놓고 보면 '에이스 부재'다. 공격을 풀어갈 수 있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강소휘(GS칼텍스) 이소영(KGC인삼공사) 김희진(IBK기업은행)이 빠진 상황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세 선수 모두 부상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 중 두 명은 현재 소속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며 2022-23시즌 V리그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선발과 기용은 감독 고유 권한이다. 소속팀에서도 그렇고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곤살레스 감독이 개인 감정을 앞세운 선수 선발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그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계속 나오는 V리그 구단과 한국배구연맹(KOVO)., 배구협회와 소통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곤살레스 감독은 튀르키예전을 마친 뒤 현장을 찾은 국내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의 패스(토스)가 잘 안됐다"고 얘기했다. 김연경이 월드 클래스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퍼펙트 리셉션이 잘 안된 2단 연결이다. 그리고 김연경이 아니더라도 아포짓 자리는 2단 연결 공격을 처리해야한다.

여기에 현대배구 트랜드로 자리잡은 '토털 배구'에선 아포짓 뿐 아니라 아웃사이드 히터의 2단 공격 능력도 더 요구되고 있다. 패스 만 탓할 게 아니다.

물론 대표팀에 거는 기대치가 높은 부분도 곤살레스 감독 입장에선 '핸디캡'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트 김연경도 그렇고 '국내 선수 아포짓 찾기'라는 상황은 앞으로 누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도 풀어야하는 과제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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