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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재명 "4년 중임제 국민투표하자" 연설…개헌 들고나온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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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자신의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년 중임제 개헌안을 2024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유력한 차기 야권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개헌이란 새 화두를 정치권에 던지며 이슈 선점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현재로선 추진동력이 커 보이지 않는 개헌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가리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대선 결선투표 도입으로 밀실 단일화가 아닌 합법적 정책연대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만든 뒤 특위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헌안을 만들면 된다”며 “2024년 22대 총선과 함께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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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에 책임을 묻겠다"며 강공을 펴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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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국회의원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 거짓을 선동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개헌안에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감사원 국회이관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도 담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 추진 메시지를 담는 것에 대한 이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개헌 주장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는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때 상위 1,2위만 겨루는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 당내에서는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이었던 ‘윤석열·안철수 전격 단일화’와 같은 돌발 변수를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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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을 의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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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尹 외교참사 책임 물을 것” 강공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서도 강공을 폈다. 그는 “(대통령의) 오판 하나, 실언 하나로 국익은 훼손되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책임을 국민과 언론, 야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지난 22일 ‘이xx’ 발언을 민주당이 즉각 비판하자 여당과 일부 언론이 “MBC가 영상을 민주당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론을 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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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약식회담을 한 것에 대해 "IRA 등 핵심과제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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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어 “조문 없는 조문외교, 굴욕적 한·일 정상회동은 국격을 훼손시켰다”며 “전기차 (보조금)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논의와 한·미통화스와프는 이번 순방의 핵심과제였는데도 꺼내지도 못한 의제가 됐다”고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미사에만 참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동안 약식회담한 것을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초(超)대기업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100억원으로 높인데다가 3주택 이상의 종합부동산세 누진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며 “서민 지갑을 털어 부자 곳간을 채우는 정책은 양극화를 확대한다. 반드시 막겠다”고도 주장했다.



‘기본사회’로 기본시리즈 연장선 제시한 李



이 대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보다 광범위한 개념인 ‘기본사회’를 소개하는데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의 미래는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기본사회’여야 한다”며 “소득·주거·금융·의료·복지·에너지·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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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의장에서 열린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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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란 모든 국민이 기초적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금전 지원 및 복지 서비스를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장해되,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거둬 재정을 충당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국민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을 회수하면, 재정부담은 (선별적 지원과) 같지만, 국민의 삶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근은 “기존 ‘기본소득’에 반감이 있는 국민들도 있어서 ‘기본사회’라는 개념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쌀값 안정(양곡관리법) ▶돌봄 국가책임제(아동수당 확대 등) ▶철도·의료 민영화 방지(국유재산 매각방지법) ▶국가균형발전(제주·강원·전북 특별자치도화) 등도 약속했다. 국회 내 기후위기탄소중립특위와 인구위기 및 초저출생대책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선 “북한이 핵을 방어용이 아니라 선제공격용으로까지 활용하겠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현실적 대안으로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 행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연설 전반적으로는 대여 비판보다는 정책 이슈에 방점을 둬 ‘민생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국민’을 38차례, ‘위기’를 26차례, ‘경제’를 21차례 언급하면서 경제 위기 상황을 부각했다. 이 대표 측근은 “경제 상황이 연말로 갈수록 어려워질 텐데 이를 해결하는 야당 대표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연설하는 도중 민주당 의원들은 총 24차례 박수를 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가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를 주장할 때 그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듯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외교참사’ 주장을 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 순방 때) ‘혼밥’을 하지 않았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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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국회의원 면책특권 및 소환제 관련 발언을 하자 여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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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데 너무 이상적인 것을 이 대표가 말했다. 이 대표의 ‘기본사회’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며 “‘외교참사’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 중임제 개헌안도 여러 여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해 아무런 반성 없이 또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 대안 제시 없는 언어유희였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현실은 눈 감은 채 이상만 말하는 건 스스로 포퓰리스트라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성·윤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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