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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논단]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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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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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약 30만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선포함과 동시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서방을 겨냥해 러시아는 핵무기를 포함한 다양한 파괴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대규모 반격 작전을 성공시킨 이후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술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 미국이 이미 러시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경고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대도시를 겨냥한 메가톤급의 전략핵무기가 아닌, 규모가 작은 전술핵무기를 전선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러시아군이 공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대해 수 킬로톤 규모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전선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을 목격할 경우 세계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이때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계속할 경우 추가적인 핵무기 사용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협박에 굴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경우 러시아는 손쉽게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만약 서방 국가들이 굴복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에 나설 경우 러시아는 추가적인 핵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최초 핵무기 사용 이후 추가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에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겠지만 러시아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핵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러시아 본토에 대해 핵 보복을 가한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반격에 나설 것이며, 이는 제3차 세계대전과 세계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보복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선에 있는 러시아군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도시를 겨냥해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로서는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민들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는 승리하게 된다.

이 경우 미국이 동맹국에 공약해 왔던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을 위해 핵무기를 제공한다는 핵우산 개념은 무력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된 우리나라와 일본은 독자적인 핵무기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해 북한 또는 중국이 이를 막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 역시 급속히 커지게 된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여러 차례 핵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인류는 현명한 판단으로 공멸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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