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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정원이 불법구금" 탈북 일가족, 국가 상대 항소심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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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법상 정해진 수용기간 초과해 불법구금" 주장
1심 손배 인정했지만 2심 "불법으로 볼수없어"
"1심 판결 부당…배상책임 등 피고 패소도 취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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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탈북 일가족이 간첩 협의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장기간 불법 감금과 위법한 수사를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항소심은 당시 이들의 진술에 근거할 때 국가 차원의 구금과 수사는 정당했다고 보고, 국가가 손해배상과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28일 서울고법 민사합의34-2부(부장판사 김경란·권혁중·이재영)는 탈북 일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2억37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가족에게 국가가 손해보상과 위자료로 1898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취소했다. 당시 이들의 진술에 근거할 때 국가 차원의 구금과 조사는 정당했고, 이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6년 7월 한 비영리 민간단체는 탈북자 지모씨와 지씨의 전처인 배모씨, 두 아들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13년 4월과 5월 각각 탈북한 지씨와 배씨는 탈북민 임시보호를 위해 국정원이 운영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입소했다. 지씨와 배씨는 각각 165일, 176일 동안 센터에 머물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국정원은 이들이 중국 등지에서 마약 중개·거래를 했던 정황을 조사했고 통일부는 비보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보호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탈북자를 보호 대상으로 결정해 정착지원금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지씨와 배씨는 이후 2016년 7월 국정원의 행정조사가 북한이탈주민법상 조사기간(120일)을 초과하는 등 불법수사였고, 이를 근거로 이뤄진 통일부의 비보호 결정도 무효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중인 2019년 11월 지씨가 사망하면서 그의 자녀가 상속인으로서 소송을 넘겨받게 됐다.

이들은 국정원이 체포나 구속영장 없이 자신들을 조사했다며 이는 불법 구금에 해당하고, 압수수색 영장 없이 개인 물품을 수색한 것도 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자백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센터에 구금시켜 거주지 이전의 자유도 침해했다고 게 이들의 주장이다.

1심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봤다. 국정원이 정해진 수용 기간인을 초과해 구금시킨 것은 불법으로 볼 수 있고, 국가가 초과 수용기간에 대한 수입 등에 대해 손해배상과 위자료로 1898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후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항소했고, 이들 가족은 정부가 2억500여만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판결까지 취소했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상 수용 기간은 2018년 2월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으로, 이들 가족이 구금됐던 2013년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개정 전 조사기간인 180일을 적용할 경우 적법하게 이뤄진 조치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들 가족의 구금이 당사자들의 보호처분 신청에 따라 이뤄졌고, 이 기간 질병 치료와 외출 등의 행위가 이뤄졌던 사실에 근거해 일정 부분 편의가 이뤄졌다고도 봤다.

특히 이들의 진술상 중국에 마약을 판매하고 그 돈을 북한으로 송금한 사실 등이 포함됐던 만큼 마약거래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씨의 경우 북한 보위지도원과 접촉하거나 마약 판매 대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조사관들로서는 마약거래뿐만 아니라 위장탈출 혐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또 사건 처분 당시는 구법 시행령이 적용됐고 기간을 단축해야 하는 사유나 관련 규정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이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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