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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대차 그랜저 '깜깜이' 계약…"차 나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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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차 값도 모른채 '이전 계약'만 7만명
차량 길이, 폭 같은 기본 정보도 모르고 '깜깜이 계약' 논란
"차량 구입비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소비자들은 혼란만
현대차는 "계속 더 기다려라" 무성의 답변
뉴시스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 '2022 그랜저'.(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2.5.11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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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계약금 10만원으로 어쩔 수 없이 가계약을 했지만, 도대체 차량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계약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직장인 김모씨)

"차량 폭이나 길이 같은 아주 기본적인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7만명 예약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듭니다." (자영업자 이모씨)

현대차 '그랜저 7세대'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현대차가 차량 가격은 물론 차량 제원이나 성능, 디자인 같은 차량 계약에 필수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7만명이 넘는 예비 고객들과 가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가뜩이나 차량 인도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도 알리지 않고 가계약을 맺은 것은 현대차가 공급자 우위 시장을 믿고 지나치게 소비자들에게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예비 고객들은 그랜저 7세대의 정확한 가격조차 모른 채 가계약을 해야 하는 비상식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 출시 예정인 그랜저 7세대가 7만명이 넘는 예비 고객과 10만원 계약금을 걸고 '가계약'을 맺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규모의 가계약은 현대차의 또 다른 인기모델인 아이오닉 6의 사전계약 첫날 계약 건수(3만7746대)를 압도하는 것으로 그만큼 인기 차종인 그랜저에 쏠리는 관심을 보여준다.

현대차, 7만명 넘는 예비고객 상대로 '깜깜이 가계약'

하지만 문제는 7만명에 달하는 예비 고객들이 그랜저 7세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조차 모른 채 가계약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차는 그랜저 7세대의 가격은 물론 차량 폭과 길이, 디자인 특징, 심지어 차량 출시 시점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기 차종의 출고 시간이 12개월 이상 길어져 속이 타는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이런 행태를 인내하며 가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사전계약이 아닌 가계약이라고 해도 가격과 성능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깜깜이 계약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며 "워낙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맞다 보니 소비자들이 제조사에 굽신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차량 가격이 수 천 만원에 달하는 데도 정확한 가격조차 모르고 무작정 차량 출시 시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소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3주전 그랜저 7세대를 가계약한 A씨는 "그랜저 6세대 기준으로 내가 원하는 트림과 옵션을 선택했을 때 차량 구입 예산은 4100만원 정도였다"며 "하지만 그랜저 7세대는 같은 트림과 옵션을 선택할 때 도대체 얼마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 속이 끓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가계약을 한 고객 B씨도 "어지간한 직장인의 1년 연봉에 달하는 차 값인데도 왜 소비자들이 가계약을 하면서 차 값도 모른 채 넘어가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극심한 공급자 우위 시장, 현대차 "선 넘는다" 비판도

이런 상황이 촉발된 이유는 현대차가 이례적으로 그랜저 7세대에 대해 이전 '사전계약'과 다른 형태인 '가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현대차그룹은 신차 출시를 한 달 정도 남겨 놓고 사전계약을 받았다. 사전계약 시 차량 가격과, 제원, 성능, 디자인 같은 기본 정보를 고객에게 알려주고, 계약 건수에 따라 구체적인 예상 판매 대수도 파악해왔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재고 조절도 해왔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랜저 7세대의 경우 정식 사전계약이 아닌 '기존 6세대 그랜저 후속 모델 계약'이라는 명목으로 일종의 가계약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가계약은 사전계약과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6세대 그랜저 후속 모델을 계약한 고객은 임시 번호를 부여 받는다. 이 임시 번호는 그랜저 7세대 계약으로 전환할 때 그대로 신차를 인도 받는 번호가 된다. 이는 다시 말해 고객들이 사전계약에 앞서 또 다른 사전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 입장에선 차량 가격이나 기본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아도 고객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이 가계약 건수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그랜저 7세대의 인기몰이에도 나설 수 있다.

가격 공개 피하면서 고객 잡아두는 효과는 '극대화'

업계에선 현대차가 공급자 우위 시장을 등에 업고 차량 출고 부담을 줄이면서 고객을 묶어두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그랜저 7세대 같은 인기 브랜드의 신차가 나오면 사실상 흥행은 보장된다"며 "12개월씩 기다리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은 그 어떤 정보도 몰라도 가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그랜저 7세대 가계약에서 차량 가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선 향후 차량 가격 산정에서 한결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전문가는 "현재 가계약 형태로 7만명이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선 그랜저 7세대 가격을 얼마로 책정할 지 내심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랜저 7세대를 가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극심한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전 사전계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가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k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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