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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적인 이강인 논란, 벤투와 언론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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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벤투 감독, 한국 대표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지 성찰해야

벤투는 끝내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 예상못한 결과도 아니다. 기껏 선수를 뽑아놓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않은 감독도 문제고, 팀 전체의 상황보다 스타 선수 한 명의 기용 여부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며 소모적인 논란을 부추기는 언론도 문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의 A매치에서 1–0으로 이겼다. 앞서 코스타리카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벤투호는 9월 A매치 2경기를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언론과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강인은 이번 2연전에서 끝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뛰고있는 이강인은 올시즌 팀내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하며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 3어시스트로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이강인은 이번 9월 A매치를 통하여 성인대표팀 명단에 1년 7개월만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탁월한 전진패스와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강인이 현재 벤투호에 부족한 창의성을 더해줄 히든카드로 될 것으로 기대했다. 월드컵이 약 두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9월 A매치는 사실상 이강인의 활용도를 점검할 마지막 기회였다.

벤치만 지킨 이강인

하지만 벤투 감독의 옵션에 이강인은 없었다. 벤투는 이강인의 주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이번에도 권창훈과 이재성, 작은 정우영 등을 중용했다. 후반 '조커'로라도 활용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강인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벤치만을 지켰다.

경기 후반에는 6만여 관중들이 이강인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중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그만큼 이강인이 현재 한국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중 한명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A대표팀에서는 그에 걸맞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과 위로가 담긴 응원이었다.

경기 후 이강인의 결장에 대한 질문이 또 나왔지만 속시원한 해명은 없었다. 벤투는 "경기 상황에 따라 팀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한 결과 다른 옵션을 택했다. 전술적인 결정"이라고 구체적인 답을 회피했다.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 기회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도 "발전보다는 선택의 문제다. 경기마다 모든 선수를 출전시킬 수는 없다. 이번 2연전에서는 모두 이강인이 출전시키기에 좋은 순간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애매한 답을 남겼다.

물론 선수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이강인의 주포지션인 2선은 대표팀에서도 가용자원이 가장 풍부한 자리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4년 내내 자신의 축구철학에 맞는 선수들만 중용하는 보수적인 운영을 추구해왔다. 최정예멤버가 소집된 이번 9월 2연전에서도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의 월드컵 플랜에 이강인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럴거면 굳이 이강인을 왜 대표팀에 복귀시켰는지 의문이다. 경기 결과와 내용이 좋았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그동안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외면했을때는 선수가 소속팀내에서도 꾸준하게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며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었고, 피지컬-수비가담 등에서 약점이 더 많이 지적됐다. 반면 최근에는 소속팀에서 한창 물오른 활약을 선보이며 기존 선수들을 뛰어넘는 경기력으로 벤투도 이강인을 뽑지않을 명분이 없는 상황이었다.

벤투가 9월 2연전에서 가동한 선수들이 이강인보다 과연 경기력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지 의문이다. 또한 코스타리카는 거의 질뻔한 경기를 간신히 무승부로 마쳤고, 카메룬전은 이겼지만 후반 상대의 공세에 주도권을 내주고 쩔쩔 맸다. 두 경기 모두 박빙의 승부였기에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패스와 탈압박능력이 탁월한 이강인을 활용해볼만한 타이밍이었다.

유럽에서 한창 물오른 폼을 과시하던 이강인은 A매치 기간동안 국내까지 장거리 이동으로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합류했지만 정작 경기에는 1분도 출전하지 못했다. 공연히 체력과 사기만 꺾인채로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선수입장에서 마이너스다.

이는 단순히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는 차원을 떠나, 벤투 감독이 선수와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존중'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감독은 물론 어떤 선수를 쓸 수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결코 감독 개인의 팀이 아니기에, 권한을 행사하는데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돌이켜보면 벤투가 팀을 운영하는 방식은 4년 내내 이런 식이었다. 벤투 본인이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선수들과 한국축구 모두 그에 따라 무조건 맞춰가야만 하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다른 답은 일절 허용되지않았다. 지난 6월 남미 4연전이나 동아시안컵 한일전처럼 벤투의 방식을 고집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그에 책임을 진다거나 변화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이는 소신이나 일관성의 문제가 아니라, '불통'이자 '독선'일 뿐이다.

선수 기용법도 마찬가지다. 이강인처럼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도 정작 대표팀에서는 중용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이승우, 주민규, 김대원, 홍정호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최근 경기력이 좋지않은 데도 벤투 감독으로부터 무조건 중용받는 선수들도 다수 있다.

한편으로 국내 언론들의 지나친 '이강인 집착'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강인이 뛰어난 스타성과 개인기량을 지닌 것은 맞지만, 그래도 국가대표팀에서는 어디까지나 여러 선수들중 한 명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간 이강인의 대표팀 기용과 관련된 국내의 언론보도들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마치 이강인이 대표팀에 반드시 뽑혀야 하고, 이강인을 무조건 중용하는지 여부가 현재 대표팀의 최대 현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도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카메룬전 이후 "이강인은 좋은 선수고 리그에서 잘하고 있다. 저도 축구팬으로서 강인이가 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여 실망했을 후배를 격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강인만 경기에 뛰지 못한 것은 아니다. K리그에서 잘하고 있지만 뛰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고 일침을 놨다.

국가대표팀은 벤투만을 위한 팀도, 이강인을 위한 팀도 아니다. 이강인 같은 특정 선수의 기용 여부에만 집착하는 소모적인 논란은 선수나 대표팀을 위하여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핵심은 '벤투 감독의 팀운영이 과연 한국대표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이 되어야할 것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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