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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英 '대규모 감세안'이 몰고온 후폭풍…트러스 내각, 단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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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감세정책 재고 요청'에 부동산 시장도 흔들

정부·여당 지지율 추락…트러스 내각 "성공 확신"

뉴스1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 총회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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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27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각이 출범한 지 3주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정통 보수를 자처하며 국가 경제 재건을 위해 내세운 '대규모 감세' 정책은 시행도 전에 국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과 파운드화 폭락 충격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트러스 총리가 자유시장 정공법으로 현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제2 대처'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22일 50년 만에 최대 규모인 450억파운드(약 68조원) 상당 감세 정책을 공개했다. 그 결과 미국 달러 대비 영국 파운드는 26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 중 한때 198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위태롭다. 두자릿수에 육박한 고물가 시기에 감세 정책 본격화로 물가 불안과 재정 적자를 가중할 것이란 안팎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정부에 재정 정책 재고를 촉구했다. IMF는 성명을 통해 "무차별적인 감세정책은 불평등을 더욱 조장할 것"이라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반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76년 경제와 통화 위기가 겹치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영국이 다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감세안에 대한 불안심리는 부동산 시장으로도 번졌다. 영국 주요 모기지업체 2곳은 신규 대출 제공을 잠정 중단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출 기관들이 정확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체로 보수당 기반인 수십만 영국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가운데 63%가 변동금리 적용 혹은 향후 2년 내 만기를 앞두고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감세안은 결국 집권 보수당 지지율 급락을 초래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20~21일 유권자 1014명 대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보수당은 15.7% 지지율을 기록하며 노동당에 17%포인트(P) 뒤졌다. NYT는 "트러스 총리의 감세와 규제 완화 계획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파운드화를 급락시킨 지 나흘 만에 총리의 정치적 미래도 점점 위태로워 보인다"며 "영국 경제 방향의 불확실성이 국내 시장과 트러스 정부를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당 전문 팀 베일 영국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다시 전면적인 지도부 경선을 치르기는 매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트러스 총리가 다음 선거 전에 교체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저는 어떤 경우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정부의 재정 위기 책임을 촉구하며 재기를 포착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내분으로 한동안 침체했던 노동당은 새 정부의 혼란스러운 출발, 특히 재무부의 최고세율 인하 방침 등으로 활력을 되찾고 경제적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 보수당과 확실한 대조를 보이고 있단 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리버풀에서 열린 당 연례회의에서 "보수당은 재분배(redistribution)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빈자부터 부자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당이 너무 좌경화되지만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상황"이라며 "노동당 집권 하에 감세안이 역전되리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장기 투자를 반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현 정부의 위기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고 감세 혜택으로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트러스 정부의 계획이 실패할 수 있단 것이다.

재정 정책 실패와 함께 보수당 내 기반이 약한 점도 트러스 내각의 조기 퇴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경선에서 보수당 의원 3분의 1만이 경쟁자 리시 수낙을 상대로 그에게 최종 투표했다. 전당원 투표에서도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휴 메리만 보수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리시 수낙을 지지했던 우리들은 경선에서 졌지만 우리가 경고한 정책으로 우리는 유권자들을 잃고 있다"며 "조국을 위해 우리나라 모두 생계를 위해 그가 여전히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트러스 내각은 세금 감면·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이 같은 재정 정책에 대해 아직까지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콰텅 장관은 이날 은행과 자산관리자들에게 정부 계획이 효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고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현 정부에 대해 반대 여론은 62% 찬성은 17%를 기록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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