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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징집대상자들 전쟁 광분하는 정부와 국제적 고립 속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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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탈출 러시라지만 소수만 탈출 가능
강력한 독재로 푸틴 축출 원천봉쇄
러시아인들이 목숨을 내놓아야 할 판
뉴시스

[크라스노다르(러시아)=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예비군들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서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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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의 징집령으로 공포에 질려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징집을 피하기 어렵고 저항하기도 힘들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인들을 지원하는 헬프데스크.미디어(Helpdesk.media)의 운영자 일리아 크라실슈칙이 기고한 내용이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고 주택 대출금도 갚아야 합니다. 아내가 겁에 질렸지만 해외로 도피할 돈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징집을 피할 수 있을까요?"

나와 언론인들이 운영하는 헬프미디어에 올라온 글이다. 글을 올린 사람은 7년 전 병역을 마친 사람이어서 징집됐다. 러시아 정부는 대출금 상환이나 임신한 아내를 돌보는 문제는 신경도 안쓴다. 총알받이만 더 늘리려 할 뿐이다.

푸틴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뒤 며칠 동안 위와 같은 글 수십만건이 올라왔다. 겁에 질린 사람도 있고 화가 난 사람도 있고 실의에 빠진 사람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거나 징집사무소를 공격하는 등 징집을 피하려는 열망이 넘친다.

대부분 징집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분 동원령이라지만 러시아 정부는 필요한 만큼 징집할 수 있다. 우선 30만명을 징집한다는 건 크게 줄인 숫자다. 러시아인들은 전쟁에 광분하는 정부와 국제적 고립 사이에서 재앙에 빠져 있다. 이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지지해온 것을 감안할 때 공포감이 퍼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국영매체들 선전과 달리 전쟁에 대한 지지는 실제로는 낮다. 참전하려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25일 시베리아 징병소가 총격을 당하고 와그너 용병그룹을 이끄는 프리고진이 죄수들을 모병한 점이 대표적이다.

징병 대상자들이 징집을 피할 방법은 거의 없다. 벨라루스로 도피한 사람들은 벨라루스 정부가 체포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다. 동원령이 발표되기 며칠 전부터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폴란드가 러시아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수천 km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와 국경도 폐쇄된 상태다. 핀란드 정부는 100만명에 불과한 솅겐 비자(유럽 지역 자유통행 비자)를 가진 러시아인만 입국시키고 있지만 곧 국경을 폐쇄할 예정이다. 조지아 국경에 24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러시아인들 상당수가 분명한 이유도 없이 입국이 거부되고 있다. 멀리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몽골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탈출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러시아인들의 유럽행 비행기 탑승이 대부분 금지된 현재 얼마 안되는 비행기 티켓은 이미 매진상태다. 카자흐스탄행 비행기표는 2만달러(약 2853만원)으로 치솟았다. 아르메니아행 비행기표는 구할 수가 없고 조지아행 항공노선은 중단됐다.

러시아인들은 국제적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인의 자국 거주를 금지해 취업 허가나 은행계좌 개설 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피신하는 러시아인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없다. 러시아 정부가 계속 출국 러시를 방치할 지도 불확실하다. 일부 지방에선 이미 징집 대상자들의 거주지 이탈을 금지했다.

러시아인들의 공포심을 지켜보는 외부인들이 궁금해할 수 있다. 왜 항거하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항거했다. 동원령이 발표된 첫날 밤 30개 도시에서 1000여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심하게 구타당한 사람들도 있다. 독재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얼마나 용기있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푸틴을 축출하라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축출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투옥돼 있다. 항의 자체가 불법이다. 반전 발언 기미만 보여도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나 역시 인스타그램에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만행을 저질렀다고 썼다가 기소 당했다. 러시아인에게는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속담에 "보로네즈를 폭격한다"는 말이 있다. 보로네즈는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러시아 도시다. 이 속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는 뜻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외국 정부의 행동에 자국민에 대한 보복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푸틴은 21일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린 책임을 러시아 시민들에게 물었다.

러시아에선 벌금형이 거의 없다. 푸틴의 결정으로 많은 러시아인들이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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