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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고]윤석열 정부 과학기술 정책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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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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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사진=한국과총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블록화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패권전쟁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은 단적인 예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택하고 한미동맹을 경제·기술까지 확대한 것은 이른바 '기정학(技政學)'의 시대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다행인 것은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행 중인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먼저 2023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차세대원전 등 초격차 산업의 예산은 8.2%, 바이오·우주·항공·양자 등 미래 선도기술 투자는 11.3% 증액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높이고, 신속조사방식(Fast-Track)을 도입하며 시행사업의 계획 변경을 허용한 것이 골자다. 기존에 재정적 통제 기능이 강조됐던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글로벌 트렌드와 패권경쟁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환했다.

'연구개발 디지털화 촉진 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잘 알려진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은 디지털 기법을 연구에 접목한 혁신적 성과다.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신속하게 분석하고, 인공지능으로 mRNA를 디자인했기에 6개월 만에 임상시험이 가능한 제품이 개발될 수 있었다. 첨단 스마트 실험실 구축, 연구데이터 수집 확대 등 세부적으로 마련한 10대 과제가 현장에 안착한다면 연구개발 패러다임의 괄목할만한 혁신이 기대된다.

제언하자면, 우리나라가 추격국가(Fast-Follower)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First-Mover)로 도약하려면 전략기술 육성과 도전적·혁신적 환경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무기로 떠오른 만큼, 정부는 경제와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범국가적 시각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즉,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해 국제 관계에서 비장의 카드가 될 대체불가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동시에 이 같은 연구개발이 마음껏 이뤄질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국내 연구환경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해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환경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1992년 우리나라는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만들었고, 30년 뒤인 올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를 완성했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입증한 도약의 역사다. 이제 미래 30년을 책임질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국가 전반의 혁신과 성장을 끌어낼 때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글로벌 과학기술 5대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함께 성과를 기대한다.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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