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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LG 구광모號, 美 'AI·메타버스' 스타트업에 잇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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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테크놀로지벤처스 통해 어메이즈VR·인월드AI·자두 등 美 유망 기업에 투자 활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광모 회장 체제 후 '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가 급성장하고 있는 AI·메타버스 분야에 투자를 본격 확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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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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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재계에 따르면 LG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미국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기업 '어메이즈VR(AmazeVR)'의 시리즈B 라운드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 2019년 시리즈A에 참여한 데 이어 두 번째 투자다.

'어메이즈VR'은 독보적인 실사 기반 가상현실(VR) 기술을 보유한 VR 콘서트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카카오 초기 사업 멤버인 이승준 어메이즈VR 공동 대표와 카카오 공동창업자 이제범 최고제품책임자(CPO)·남대련 최고기술책임자(CTO)·구경렬 개발 총괄이 지난 2015년 공동 창업했으며 현재 미국 헐리우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높은 몰입도와 생동감을 제공하는 VFX(시각적인특수효과)기반 '아티스트 실사' 방식으로 VR 콘텐츠를 구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메건 더 스탤리온(Megan Thee Stallion) 등 미국 유명 아티스트와 VR 콘서트 제작을 협업하고 있다. 또 K-팝(POP) 가수들의 VR콘서트 개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어메이즈VR'은 이번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3천2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브릿지 라운드에서 유치한 1천500만 달러와 이번에 새롭게 투자 받은 1천700만 달러를 합한 금액으로, 올해 말까지 시리즈B 라운드에 참여할 전략 파트너를 더 모집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CJ ENM도 '어메이즈VR'에 투자해 소수 지분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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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즈VR이 미국 래퍼 메건 더 스탤리온과 함께한 첫 번째 VR 콘서트. [사진=메건 더 스탤리온 인스타그램 캡처]



LG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가상 캐릭터 제작 플랫폼을 개발하는 '인월드AI(Inworld AI)'가 유치한 5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에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는 성장성이 높은 가상인간 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이머진 리서치는 2020년 1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5천275억8천만 달러(6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월드AI는 개발자들이 메타버스, VR·AR, 게임 등 가상 환경에서 사용되는 가상 캐릭터를 제작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이곳은 단순 가상 캐릭터가 아닌 AI 기술을 활용해 성격, 생각, 기억 및 행동을 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 인간을 생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인월드AI는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2022 디즈니 액셀러레이터(Disney Accelerator)'가 지원하는 6개 회사 중 1개로 선정돼 디즈니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탑티어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페킨스(Kleiner Perkins)', CRV, 메타(Meta)가 투자해 시드(Seed) 펀딩으로 700만 달러를 조성하기도 했다.

LG는 이번 투자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향후 인월드AI와 기술 및 사업협력을 모색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LG는 지난 6월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소재 스타트업 자두(Jadu AR)에도 투자했다.

자두는 실제 공간이 투영되는 메타버스인 '미러버스(Mirrorverse)'를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당 메타버스 안에서 NFT 아바타와 아이템 등을 제작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자두는 사용자들이 미러버스 안에서 3D 캐릭터와 아이템을 활용해 AR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약 25만 개 이상의 아바타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NFT 모듈을 통해 AR내에서 이용자들이 아바타를 직접 커스터마이징 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두는 이미 자체적으로 미러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액세서리 형태 NFT인 '젯팩(Jetpack)'과 '호버보드(HoverBoard)'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주목 받았다. 포뮬러1 선수 루이스 해밀터, 뮤지션 스눕독, 그라임스 등 유명 인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액세서리 NFT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자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고 지난해 말 '코인베이스 벤처스', '라이온트리' 등으로부터 7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LG는 자두와 증강현실 관련 기술협력 및 메타버스 분야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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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는 실제 공간이 투영된 메타버스 속에서 3D 아바타와 아이템을 통해 AR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미러버스(Mirrorverse)'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미 미러버스에서 쓰일 수 있는 '제트팩', '호버보드' 형태의 NFT를 출시했다. [사진=자두 설립자 아사드 J 말릭 트위터 캡처]



이 같은 LG의 투자 행보는 구 회장의 영향이 크다. 구 회장은 공대 출신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지난 2014년과 2015년 LG 시너지팀에서 그룹의 주력사업과 미래 산업을 챙기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신년사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 평범한 것이 된다"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익숙한 관성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LG는 대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LG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그룹 내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주요 회사 5곳이 출자한 4억2천500만 달러(약 5천억원) 규모의 펀드로 시작됐다.

또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이 참여를 결정하며 LG테크놀로지벤처스 출자 회사가 기존 5곳에서 7곳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LG전자가 최근 출자 결정한 후속 펀드까지 포함하면 총 펀드 규모는 5억 달러에 달한다.

LG그룹은 전사적으로도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 초에는 향후 3년 동안 1천500억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슈퍼스타트'도 출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스타트업 근무 경력과 LG 시너지팀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경영 철학을 세운 듯 하다"며 "최근 들어 구 회장의 움직임에 따라 LG는 물론 계열사들까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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