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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누가 사실을 왜곡했나…여야 '본질·진실·대응' 모든 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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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날리면·날리믄…이OO 등 尹 발언 진실공방 가속화

與, 최초 보도 MBC·민주당 유착 의혹…野, 박진 해임안 맞불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9.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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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범 노선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심화하고 있다. 여권은 대통령의 발언이 왜곡됐다며 이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향한 강경대응과 함께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야권과 언론의 '정언유착'을 의심하고 있다.

야권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언론을 향한 여권을 공세를 '언론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바이든? 날리믄? 날리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중 ○로 표현된 부분을 두고 여야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최초 이를 보도한 언론사(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윤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바이든'이다. 보도와 같이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된다. 이 경우 통상 '의회'로 표현되는 미국 의회를 '국회'로 지칭한 셈이 돼 미 의회에 대해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된다.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도가 나온 지 약 1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뉴욕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이 아니 '날리면'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음성 분석 절차에 돌입, 그 결과 해주'면'이 아니라 해주'고', OOO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날리면'의 사투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과를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주장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26일) 출근길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직접 밝혔다. 여당에서도 "'바이든'이란 발언은 없었다"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전 세계 언론이 이미 윤 대통령의 욕설을 보도했다"며 "이미 국민의 평가는 끝났는데 오직 대통령과 여당만 언론 탓을 하며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비속어 '이 XX' 표현 있었나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이 ○○' 발언이다. 최초 보도에서는 이 부분이 '이 XX'라는 비속어로, 그 대상은 미 의회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이 해당 보도를 인용하면서 야당은 "외교 참사"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후 대통령실 해명은 논란을 낳았다. 우선 김 수석은 뉴욕 현장 브리핑에서 '이 XX'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브리핑에서 김 수석은 '어제 발언은 우리 국회를 향해 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앞부분 'XX들'은 맞나. 그렇다면 이건 우리 국회라는 건가'라고 묻자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거다"라고 했다.

취재진이 '한국의회인가'라고 재차 묻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확인했다. '이 XX'가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란 설명이다. 당장 우리 국회를 향해 비속어를 사용해도 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의 입장 번복은 논란을 더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브리핑에서 '이 ××'라는 표현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관계자들 통해 해당 발언이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보도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일부 여당의원들은 더 나아가 '이 XX' 발언도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XX'란 표현이 '이 사람들이'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이같은 해명을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들은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그런 욕설을 들어가며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 의심", "전체 국회의원을 모욕한 것",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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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예방해 박홍근 원내대표와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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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조작·정언유착 vs 박진 해임건의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은 여야 대치를 넘어 이를 최초 보도한 MBC도 겨냥하고 있다.

여권은 해당 발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비속어와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한 자막을 사용해 이를 보도한 MBC가 윤 대통령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보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항간의 돌아다니는 받은 글, 소위 지라시를 자막으로 그대로 입혀 방송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포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논란을 'MBC 자막 조작사건'으로 명명하고 "'MBC 자막 조작사건'의 본질은 광우병 사태처럼 MBC가 조작하고 민주당이 선동해 정권을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라고 MBC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MBC는 조작된 기사를 백악관에 보내 논평을 구하려고 했다"며 "MBC의 백악관 메일이야말로 이 사건의 실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지금 당장 MBC는 백악관으로 보낸 메일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해당 보도가 나오기 전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관련 내용을 미리 인지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며 MBC와 민주당 간 '정언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또 윤 대통령의 논란 발언 직후 박진 외교부 장관이 현장에서 "내용을 잘 설명해 예산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답한 부분이 누락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 장관이 관련 발언을 했다면 윤 대통령 발언이 한국 국회를 향했다는 여권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은 취재단 영상에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을 보도한 것을 왜곡하려는 것이 지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작태"라고 비판했다. '정언유착'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물타기고 소위 '조작·왜곡'의 명수들이 또다시 과거에 해왔던 행적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은 향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MBC편파조작방송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당론으로 추인, 169명 전체 민주당 의원 명의로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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