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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국책 연구소 공식 보고서에 사상 처음 "국제 무역서 성평등이 중요 이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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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무역위, 국제 무역에서 성평등 이슈 논의
산업연구원, 앞으로 중요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
"국제 무역 성평등 실현 시 경제성장, 성평등 견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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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에서 성평등 이슈가 주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국책 연구원이 처음으로 이 내용을 공식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협정을 개정할 때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같은 새로운 통상 체제에서도 성평등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위원회 및 작업반에서의 통상관련 논의 동향 파악 및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OECD 무역위 작업반은 여성 및 성평등과 국제 무역 등을 논의했다. 무역위원회가 정부 당국자들이 굵직한 통상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체라면, 작업반은 그에 앞서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소모임이다.

그동안 OECD 무역위가 국제 무역에서 성평등 이슈를 종종 다루긴 했지만, 국책 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이를 보고서에 반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연구원은 1년에 2회 무역위 관련 보고서를 내는데 그동안은 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회복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7월 나온 보고서에는 "무역협정 체결 및 기존 협정의 개정, 그리고 IPEF 등의 새로운 통상체제에 있어 성평등과 관련된 논의들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무역에서의 성평등 이슈를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보고서를 쓴 최정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국제 무역에서 인권, 강제 노동, 환경 등 가치 중심적 의제가 많이 나왔는데 성평등도 그중 하나"라며 "성평등이 이달 시작된 IPEF 의제에서 빠졌지만. 언제든 추가될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 주요한 국제통상 현안으로도 다뤄질 수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무역에서 성평등,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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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업인과 국제 무역'을 다룬 OECD 사무국 보고서 표지 캡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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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제 무역에서 성평등은 왜 필요한 걸까. OECD 사무국은 "일반적으로 국제 무역 참여는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을 위한 기회로 작용하지만 대부분 수출 기업은 남성이 이끌고 있다"며 "여성이 이끄는 기업의 국제 무역 참여를 지원한다면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동시에 성평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작업반 회의에서 공개된 OECD 사무국의 '여성 기업인과 국제 무역'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체는 수출에 참여할 확률이 12%에 그쳤다. 남성이 운영하는 기업체(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무국은 그 이유로 여성이 이끄는 기업체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전통적으로 서비스업은 다른 업종 대비 수출 비중이 낮고, 고정 비용이 필요한 국제 무역 특성을 감안하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무국은 이 같은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성의 비중이 높은 산업체 및 산업들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고 △무역 협정에 기업의 성평등 관련 조항을 삽입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해외에서는 지원 활발한데...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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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일부 국가들은 이미 여성 기업가가 이끄는 기업에 대한 무역 촉진 정책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호주 무역투자진흥기관 오스트레이드(Austrade)는 여성 수출업자에게 적합한 시장 정보와 자원 및 조언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캐나다 수출입은행(EDC)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영국, 일본, 영국과 뉴질랜드는 최근 체결된 무역 협정에 기업의 성평등 관련 조항을 넣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그쳤고,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 비율은 63.7%에 달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젠더격차보고서에서 성평등지수 순위가 156개국 중 102위를 기록했다. 애초 여성이 이끄는 기업 자체가 매우 적은 데다 국내 사회 전반의 성평등 수준 또한 매우 낮은 셈이다.

이동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거나 여가부 폐지를 앞세워 성평등 정책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국제 무역에서 기업의 성평등 이슈까지 비중 있게 다뤄지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퇴행적 성평등 정책을 없애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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