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대전 아울렛 지하주차장에 연기 빼는 제연시설 없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무설치 규정 없어… 소방 전문가들 “의무화해야”

조선일보

까맣게 탄 지하주차장 - 지난 26일 불이 나 7명이 사망한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27일 한 소방대원이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으로 꾸려진 합동 감식팀은 이날 현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등 화재 원인 분석에 착수했다. /신현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를 계기로 지하 주차장 화재 안전 규정 미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화재 사고가 난 지하 주차장에 제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전문가들은 지하 주차장에 제연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연 시설은 연기를 밖으로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넣어주는 설비를 말한다.

26일 발생한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지하 1층 주차장 물품 하역장에 쌓아 둔 의류·박스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다량의 유독가스가 2분도 안 돼 급속히 확산했기 때문이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7명의 사인을 대부분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 순식간에 들어찬 유독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한 것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측은 27일 “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에 제연 시설은 없다”고 밝혔다. 현행 소방법상 지하 주차장은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하 주차장에는 제연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제연 시설 의무 설치 대상을 지하 주차장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 지하 주차장에는 자동차 정비 시설, 전기차 충전소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면서 화재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제연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공 교수는 “다중이 모이고 화재 위험이 높은 곳에는 제연 시설을 설치하도록 법령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도 “지하 주차장이 제연 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것은 문제”라며 “제연 시설 설치 의무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에는 일반 스프링클러보다 빨리 작동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공하성 교수는 “화재 위험이 큰 지하 주차장에는 병원 입원실이나, 숙박 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조기 반응형 헤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방화 구획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화 구획은 대형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불이 건축물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내화 구조의 바닥·벽 및 방화문 또는 방화 셔터 등으로 만들어지는 구획을 말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화재 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 구획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 물품 하역장을 지상화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세진 교수는 “비용과 편리성 때문에 대부분 지하에 두고 있는 물품 하역장을 지상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점한 지 2년가량 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노후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의 국가안전진단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소방 당국이 지난 6월 이 시설에 대해 소방 점검을 했을 당시 화재 감지기 전선 단절 등 24건의 보완 사항을 지적했지만, 지하 주차장 물품 야적에 관한 부분은 지적을 받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이날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벌였다. 감식은 최초 발화 지점으로 알려진 물류 하역장의 1t 트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화재 당시 방범 카메라(CCTV) 영상을 분석해 트럭 후면에서 불길이 시작된 모습을 확인했다. 감식팀은 완전히 불에 타 뼈대만 남은 해당 트럭에서 일부 남아 있는 전선과 트럭 주변에 타다 남은 재 등을 수거했다.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트럭을 들어 올려 바닥에 떨어진 잔해물과 차량 배선 일부를 수거해 국과수에서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며 “화재 시작이 트럭이었는지, 주변의 다른 물체였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라고 말했다. 감식팀은 화재 원인 분석과 함께 소방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도 중점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화재 초기 진화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들이 “지하 1층 주차장 남측에 설치된 일부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전원 차단, 물 공급 밸브 및 펌프 이상 등을 의심해 볼 수 있어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대전소방본부 상황보고실을 찾아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우정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