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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통령실, MBC에 “해석 어려운 발음, 어떤 근거로 특정했나” 재차 설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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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팩스 송부 후 27일 인편으로 재전달

“한미 동맹관계 훼손 및 국익에 심대한 타격”

MBC “희생양 삼아 논란 수습하는 건 아닌가”

세계일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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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MBC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발언 보도 경위에 대한 질의를 보냈지만 답변을 거절당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MBC 측은 이날 오후 배포했던 보도자료를 제시하며 이미 회신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MBC는 오늘 보도 경위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MBC의 설명이 진상 규명의 시작”이라며 전날 오후 6시쯤 MBC에 보낸 질의서 전문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는 팩스로, 이날은 같은 질의서를 인편으로 MBC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질의서에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대통령실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이어 “대통령실이 해당 발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음에도 최초 보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자사가 잘못 보도한 내용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을 달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이유와 근거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울러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날리면’의 병기 없이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반론보도청구권 차원에서 병기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발언 중 ‘국회’라는 단어가 미국 의회인 것처럼 ‘(미국)’이라고 표기한 것은 해석이나 가치판단이 아니냐”며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고, 외교 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MBC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실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질의서 전문을 출입기자단 공지방에 올리자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곧바로 “문화방송이 회신한 내용을 공유드린다”며 보도자료를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비서실 공문에 대한 MBC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MBC는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며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MBC에 대한 공격이 언론의 공적 감시와 비판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행사에 참석한 뒤 나오는 길에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MBC 취재 영상에 포착됐다.

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영상을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발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이 의뢰한 전문가 분석 결과 ‘해주면’이 아니라 ‘해주고’이며 OOO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날리면’의 사투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비속어 논란)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보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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