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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집값 급락세 속 매매 대신 ‘전세 놓기’…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져[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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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9% 하락해 2012년 5월 이후 최대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는 지방은 물론 서울 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23일 현재 602건으로 1년 전(4064건)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거래 위축의 가장 큰 요인은 빠르게 급등하고 있는 금리이다. 지난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2.5%에 달하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내 3%를 넘을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증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도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집값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다만 고금리로 인한 집값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만약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그 전에 파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집값 급락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 등장하고 있다. 매매를 전세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런 판단은 내년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공급 부족으로 내년 이후에는 주택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일시적 하락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매매의 경우 최근 거래되는 사례를 보면 수도권에서도 25% 하락한 급매가 일부 거래되고 있어 매매를 위해서는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던져야 흥정이나 붙여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손실을 기피하는 성향을 갖는다. 이 같은 손실 기피 타성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창출한다. 따라서 현재의 공포스러운 급락장에서 매각을 위해 본인이 기대하는 가격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매각함으로써 얻는 심정적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세를 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거래된 잠실엘스 전용 85㎡의 매매가는 19억5000만원으로 이전 최고가 27억원보다 28% 낮은 가격이다. 최고가 대비 7억원 이상 싸게 팔아 심리적 손실감을 느끼기보다 전세 12억원의 보증금으로 2~4년의 시간을 벌고 가격이 반등하여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한다면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지난 22일 정부의 지방 규제지역 해제 발표 이후, 전반적인 주택시장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 같은 가격 급락과 거래 위축으로 주택시장의 위기가 높아질 경우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의 전국 아파트 매물 자료를 보면 9월 마지막 주로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증가세가 줄어드는 대신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전세가격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금리 급등으로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증가해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수요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전세가격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매에 비해 전세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다. 수요가 몰리는 4분기에도 전세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경우 집값 약세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은 항상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면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다.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하는 정부의 속마음이 어떤 것인지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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