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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외교는 정부만의 일 아냐… 국회도 기능 강화해 함께 풀어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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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의원내각제 국가 많아 상임위 역할 커

한·미 의원들간 소통 채널 구축도 시급

개헌 통해 ‘정쟁만 하는 국회’ 구조 혁파

상임위 대변인 신설해 입법활동 적극 홍보

세종의사당 외관 뿐 아니라 SW도 중요

인공지능 등 접목… 입법준비 단축 검토

국회 문턱 낮춰 국민 참여도 활성화해야

“우리나라는 ‘외교는 정부의 일’이라는 생각이 강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주요 국가들을 대할 때 의회 대 의회로, 싱크탱크(정책연구소) 대 싱크탱크, 사무처 대 사무처로 대응하는 외교도 필요합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회의 외교 기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사무총장은 “다수 선진국은 의원내각제이기 때문에 외교는 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며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관해 얘기해야 할 때 상임위끼리 만나 논의하면 훨씬 전문성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말실수해선 안 되기 때문에 외교에 있어 책임감이 무겁고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지만 의원들은 그보다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얘기를 해도 되지 않겠나”라며 “그런 점에서 정부와의 보완 관계 측면에서도 국회 외교를 대대적으로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의회 외교의 중요성과 사무처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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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큰 틀에서 개헌과 선거법, 정당법을 손봐 국회가 임기 내내 싸우는 걸 혁파하고 국가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만들어나가겠다”면서 “홍보 기능을 강화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이 국회에 더 참가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일류 국회와 일류 정치가 있어야 일류 국가가 나온다. 일류 정치 없이는 일류 국가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국회 사무처 주요 현안과 앞으로 계획은.

“첫 번째 현안은 ‘일하는 국회’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입법과 예산인데 이 부분에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입법의 질과 수준 제고, 예산에 대한 정확한 감시와 시스템 구축 등을 관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국회의 정책적 기능을 어떻게 보여드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여태까지 국민에게 국회는 싸우는 모습으로만 비쳤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한다. 국회 안에서 300명의 의원이 매일 많은 법안을 발의하고 토론회, 세미나 등을 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주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관심을 별로 못 받는다. 의장과 모든 의원의 활동이 전면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국회의 홍보 기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려고 한다.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 국회도서관, 미래연구원이 입법기관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시에 의원들의 활동을 국민이 더 잘 아실 수 있도록 홍보 기능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게 목표다. 조만간 상임위원회별 대변인 제도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언론이 상임위와 각종 정책에 접근하기 쉬워지고 상임위가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의 역할 및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은.

“최근 국회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예산정책처를 ‘국가재정정책처’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여태까지는 주로 세출 중심으로 봤는데 세금을 누가 내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봐야 하고 결산도 중요하다. 그동안은 돈을 쓰고 난 후 관리는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결산을 강화하고 예산을 쓰고 난 뒤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 제도까지 만들 필요가 있다. 입법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아마 의원 1인당 법안 발의 건수가 제일 많은 나라일 거다. 이 때문에 입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입법조사처와 법제실을 강화해야 한다. 인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국민 참여도 중요하다. 국회가 의원들의 ‘그들만의 국회’가 되지 않고 국민과 더불어 가는 국회가 되려면 국민의 제안을 듣거나 불합리한 예산을 국민이 찾아내면 보상해줘서 예산 낭비를 막는 등의 제도도 활성화해야 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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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등을 거치며 ‘의회 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무처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방안은.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오는 주요국 손님들이 매우 많아졌다. 우리 의원들이 해외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사랑재를 활용해 기업인·정치인 등이 우리 국회를 찾은 중요한 손님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사랑재를 더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다. 미국만 해도 정부가 강해 보이지만 실상은 의원들의 힘이 굉장히 강하다. 그러면 우리 국회도 미국 의회에 대응할 때는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 적어도 미국 의회 주요 위원회들은 우리 국회 상임위가 상응해서 한·미 간 채널을 만들고 소통하는 외교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IRA처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관해 얘기해야 할 때 상임위끼리 만나 논의하면 훨씬 전문성 있고 진전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나. ‘한일의원연맹’처럼 기구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나아가 연중 프로그램을 실시할 필요도 있다.

―국회 세종 분원 설치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국회가 세종시로 가는 건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불가역적이다. 다만 2004년 위헌 결정으로 개헌이 되지 않는 한 전부 다 가지는 못한다. 어쨌든 가긴 가는데, 중요한 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의사당을 만드는 거다. 민주주의 디지털화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기후 위기 극복과 관련된 시도를 할 수도 있을 거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통계청 등을 인공지능을 통해 국회와 결합해 입법 준비에 걸리는 검색 시간을 줄일 시스템을 짜고 분석을 거쳐 정책적 대안을 내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세종 의사당에 이런 소프트웨어가 보태지면 더 강한 국회가 되지 않겠나. 한편으론 의원들을 양쪽으로 나눠 앉혀놓으니 맨날 싸운다, 동그랗게 앉히자는 얘기도 있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냉소적인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제가 사무총장을 맡고자 한 이유 중 하나가 김 의장이 큰 틀에서 개헌과 선거법, 정당법을 손봐서 국회가 임기 내내 싸우는 걸 구조적으로 혁파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싸우는 국회를 바꾸고 국가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분열하게 돼 있다. 여야와 국민이 공감할 국가의 비전과 목표를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우리 정치가 상식 수준을 갖고 얘기하는 건 그만해야 한다. 데이터로 말하고 증거 기반으로 얘기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연구기관들에 데이터로 말해보자고 요구했다. 지금 우리나라에 뭐가 중요한지, 다른 나라는 어떤 수준인지, 세계 지식의 최전선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데이터로 추적해보고 그에 기반을 둬 플러스알파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이걸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 의원들에게 제공돼야 하는데 지금까진 이게 부족했다. 그걸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국민이 국회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도 더 고민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의 약 85%가 국회를 통과한다.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법이 안 바뀐다. 국민이 ‘국회를 활용해야 우리 운명이 바뀐다’는 걸 체감했으면 한다. 철학자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은 선거 때도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인이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민이 국회를 집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정치인 이광재’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사람이 일을 할 땐 성과가 있어야 다음을 얘기할 수 있다. 아무런 성과 없이 다음을 얘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의 사무총장 자리에서 열심히 의장을 도와 일류 국회를 만드는 포석을 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류 국회와 일류 정치가 있어야 일류 국가가 나온다. 일류 정치 없이는 일류 국가도 없다. 국회는 산업으로 따지자면 유통업이다. 국민의 에너지와 생각의 총량이 100이라고 하면 이 100이 온전히 잘 유통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공급 파이프도 다 안 갖춰져 있다. 의원들 입장에서도 어떤 사람은 몇 마디 튀는 발언만 하면 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몇 달씩 열심히 준비한 좋은 세미나는 조금도 관심을 끌지 못해 낙담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제가 반드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알고 보면 국회 안에 좋은 행사와 세미나가 정말 많다.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서 국회를 좀 더 잘 활용해주시면 좋겠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연세대 법학과 졸업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제35대 강원도지사 ●제17·18·21대 국회의원 ●제21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제35대 국회 사무총장

대담=이우승 정치부장, 정리=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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