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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마겟돈' 처럼 소행성에 우주선 '쾅'…천체 궤도 바꾼 인류 첫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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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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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 임무 성공. /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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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천체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 마치 영화 '아마겟돈' 처럼 지구로부터 약 1100만㎞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직접 충돌시켜 궤도를 미세조정하는 실험이다. 이는 인류사에서 생물 멸종에 영향을 미쳤던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각) '다트'(DART) 우주선을 소행성 '디모포스'(Dimorphos)에 정확히 충돌시켰다고 밝혔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다트는 행성 방어에 성공했으며 SF(공상과학 영화)를 과학적 사실로 바꿔 지구를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왜 하필 1100만㎞ 디모포스가 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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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 우주선이 충돌 직전 촬영한 소행성 디모포스(Dimorphos). /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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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는 '쌍 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을 의미한다. 쌍 소행성은 디디모스(Didymos·지름 약 780m)와 디모포스(지름 약 160m)다. 디디모스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을 디모포스가 11시간 55분마다 한바퀴씩 돌고 있다.

NASA와 이번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해온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APL)는 2018년 8월 두 개의 소행성을 실험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은 아니었지만, 먼 거리로 인해 지구 피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충돌 장면 관측에 용이했기 때문에 디모포스를 선택했다.

쌍 소행성을 지구에서 바라보면, 디모포스가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디디모스의 앞과 뒤를 지나간다. 이처럼 디모포스와 디디모스가 중첩될 때 빛이 줄어든다. 디모포스의 공전 궤도는 11시간 55분이지만, NASA는 충돌 직후 공전주기가 변하면서 빛이 줄어드는 시기도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대로면 공전주기는 약 10분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우주선, 충돌했는데 신호 포착이 가능하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다트(DART)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포스에 충돌하는 직전의 모습. 충돌 직후 신호가 끊겨 빨간색 영상이 나온다. / 영상=미국항공우주국(NASA)

NASA에 따르면 다트 우주선은 시속 2만2530㎞까지 속도를 끌어올려 디모포스에 충돌했다. 우주선과 충돌 직전까지 신호를 주고받다가 충돌 이후부터 '통신두절'을 확인하면서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다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이후 약 10개월간 소행성을 향해 날아갔고, 충돌 4시간 전부터 자율주행했다. 특히 다트에 탑재된 드라코(DRACO) 카메라가 충돌 직전까지 디모포스에 근접해 촬영했고, 이를 지구에 전송했다.

DART 우주선의 충돌 이후 상황은 충돌 3분 뒤 현장 55㎞ 상공을 지나는 이탈리아 우주국의 초소형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촬영해 향후 지구로 전송한다. 이 위성들은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와 약 1000㎞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왔다.

세계 각국에서 디모포스와 다트 우주선 충돌 장면과 그 이후를 관측한다. 이번 임무에는 천문연구원도 참여한다. 보현산·소백산 천문대 망원경,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 망원경,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망원경을 활용해 디모포스 궤도 변화를 조사한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2년 뒤 탐사선을 발사해 2026년부터 디디모스와 디모포스 궤도에 도착해 충돌구 크기와 분출량, 궤도 변화 등을 정밀 관측할 예정이다.


정말로 소행성이 지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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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룩업(Don't Look Up) 사진. 혜성이 지구로 날아와 인류가 피해를 보는 줄거리.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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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 임무는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으로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사전실험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NASA 연구진이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핵탄두로 폭파한다. 하지만 다트 임무는 우주선을 원하는 지점에서 충돌시키는 더 난이도 높은 임무를 수행해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와 750만㎞보다 가깝고 지름이 140m보다 큰 소행성을 '지구 위협 소행성'이라 부른다. 현재 2000여개 이상이 발견됐다. 충돌시 생물의 멸종을 초래할 수 있는 크기 1㎞ 이상인 소행성은 95% 이상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크기가 그 이하일 경우 예측이 어렵다.

실제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은 약 20m 크기로 추정됐는데, 공중 폭발에도 건물 수백 채가 파손되고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초래했다. 운석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크기나 물성 때문에 대기권에서 타 버리지 않고 지상으로 추락하는 암석이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을 일으킨 운석의 크기는 최소 50m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지역이 초토화됐다. 또 6600만년 전 백악기 말기에 현재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소행성이 떨어져 공룡이 멸종한 것도 정설에 가깝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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