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원자재값 너무 올라 적자 눈덩이… 벼랑 끝 기업 쏟아진다 ['킹달러'에 흔들리는 중소기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장지 제조사 "펄프값 50% 올라
최소한만 가동… 인력감축 고민"
가죽 납품업체 "환차손 급증
납품단가 조정도 여의치 않아"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펄프값이 기존보다 50% 이상은 올랐다. 화장지는 마진율도 낮은데 원재료 투입 원가만 올라가고 있어서 현재 펄프 수입을 석달째 중단한 상황이다."(화장지 제조업체 A사 대표)

최근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역대급 '강달러'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수입을 중단한 A사 같은 사례는 숱하다.

고환율로 치솟은 원자재 값을 감당하지 못해 수입 중단은 물론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곳도 속출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이 늘면서 환율 급등으로 폐업하는 위기의 중소기업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수입 중기에 '직격탄'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강달러를 초래,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 만에 143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의미해 원자재 수입비용 급증으로 연결된다. 환율 상승과 함께 원자재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불어나는 생산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A사와 같이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회사는 수익성 낮은 제품은 완전히 생산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양만 제조해 판매하는 처지다. 이 기업은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현재는 인력감축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죽을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B사는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B사 대표는 "대기업과 납품단가를 6개월 단위로 조정하는데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경영 리스크가 커졌다"며 "6개월간 손실은 감당할 방법이 없지만 납품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원자재 수입량을 줄일 수도 없어 적자가 나도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6개월 단위로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B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계약을 연간 단위로 맺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즉각 반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매출 의존도가 80%를 넘어 납품단가 인상 요구도 쉽지 않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범운영한다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며 "여전히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수입협회 관계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가 전체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걱정이 크다"면서 "특히 영세 규모의 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더 직접적으로 와닿기 때문에 회원사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계기업 급증… 줄도산 우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891개사였던 중소기업의 한계기업은 지난해 2372개사로 2년 만에 25.4% 급증했다. 중견·대기업 내 한계기업이 2019년 389개사에서 지난해 449개사로 15.4% 늘어난 것과 비교했을 때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향후 추가적인 통화긴축을 예고하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돌파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중소기업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등으로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고환율 타격이 계속되면 지금보다도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경제의 모세혈관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쟁력 관점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고환율로 중소기업이 무너지지 않게끔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환율 문제는 중소기업 혼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의 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론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조혁신, 공정혁신 등 중소기업의 생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