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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급 기업도 '미착공 리스크'···금융권으로 '부실 전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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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가 위험하다]

◆PF 우발채무 17% 급증

고금리 등 따른 본계약 취소 땐

시행사 '디폴트'로 이어질 우려

단기대출 많아 시한폭탄 될수도

건설사들 "현장 재무상황 점검"

불황에 우발채무 해소도 쉽잖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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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부터 연거푸 오른 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진 가운데 신용등급 A급 이상 주요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만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발채무 내역을 살펴보면 건설사들이 인허가나 수익성 문제로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해 추후 부동산 PF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KR)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요 21개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규모(정비사업 제외)는 18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A급 건설사(대우·롯데·SK에코플랜트·GS·태영·포스코·한화·HDC현대산업개발)에서 감당해야 할 우발채무 규모는 1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AA급 건설사(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의 PF 우발채무는 2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할 경우 기업이 떠 안아야 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가리킨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건설사의 연대보증이나 준공 확약 등으로 잡히는 우발채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비주택 가릴 것 없이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현 상황과 금리 인상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메말라가는 상황이 맞물리면 언제든 기업을 휘청이게 할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AA급 기업 우발채무의 98%는 미착공 현장=무엇보다 우발채무의 면면을 따져보면 착공에 돌입하지 못한 현장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기평이 사업 단계, 사업성(분양률), 유동성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해 조정 우발채무를 계산한 결과 절대 규모(18조 4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5조 80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지만 대신 ‘악성 채무’로 번질 수 있는 미착공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AA급 기업이 보유한 우발채무 가운데 미착공 현장 비중은 98.3%, A급은 87.4%에 달했다.

아직 착공하지 못한 현장은 인허가 문제나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본 PF 계약까지 가지 못한 만큼 부동산 경기가 급전환되지 못한다면 시행사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사업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착공 현장은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단기 상환 조건의 고금리 브리지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연대보증이나 책임 준공 확약 등으로 엮여 있는 건설사에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한 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사에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건설사 사례는 크게 줄어 기업의 연쇄 도산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지만 여전히 지분 참여나 책임 준공 확약 등으로 사업과 연계된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또 “누가 봐도 대박이 날 현장이 아니면 지분 참여를 추진하지 않기로 내부 지침이 내려 왔고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투자자들도 있어 자체적으로 재무 상황 점검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한동안 부동산 PF 시장을 둘러싼 ‘냉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문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역대급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건설사들이 품고 있는 PF 우발채무도 단박에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보다 앞서 시장의 파고를 막아내고 있는 시행 업계는 이미 ‘돈맥경화’가 심각하다. 이달 초 서울경제가 투자은행(IB) 업계를 통해 조사했던 PF 부동산 후순위 대출 연 이율은 17% 수준이었으나 최근(9월 27일 기준) 연 20%를 제시하는 현장도 나왔다.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자금 조달 묘수 찾는 건설 업계 “경착륙 막자”=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맞서기 위한 방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달 16일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경기 하락기, 건설 금융 및 자금 조달 위기 대응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맡아 진행하며 연구 기간은 한 달 내외로 다음 달 중순께 결과가 나온다. 대한건협 관계자는 “2011년 PF가 부실화되며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받았던 만큼 선제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라며 “한 달 뒤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몰라 긴급 과제로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대응 방안책을 건의할 계획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자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별 총 여신에서 부동산 PF 대출 비율을 25% 이하로 낮추도록 요구했다. 이에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연장 시 추가 담보물을 요구하며 부채 관리에 소홀했던 건설사들은 줄도산하고 이는 다시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건설사 경영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기에 초기부터 금융 당국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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