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지구 1100만㎞ 밖서 소행성 명중···인류 미래 지킬 첫걸음 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ASA '지구 방어 실험' 성공]

자판기 크기 우주선으로 충돌

공전 주기 단축 등 궤도 수정해

지구와 충돌 확률 낮추는게 목표

140m급 소행성 2.5만개 근접

지름 1㎞ 넘으면 인류 멸종 초래

미확인 1.5만개 찾는게 생존과제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쌍(雙)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DART)’ 우주선이 27일 지구에서 1100만 ㎞가량 떨어진 소행성을 ‘명중’시켰다. 지구가 소행성에 부딪힐 위기가 닥쳤을 때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할리우드 영화 ‘딥 임팩트’ ‘아마겟돈’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나사에 따르면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약 1m인 DART 우주선이 이날 오전 8시 14분(한국 시각) 극초음속(초속 6.25㎞)으로 날아가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 지난해 11월 말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후 10개월가량 우주 상공을 날아간 끝에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 것이다. DART 우주선은 디모르포스와 거리가 약 9만 ㎞로 줄어들자 나사 관제팀의 개입 없이 탑재된 카메라에만 의존해 ‘자율비행’을 했다. 이 장면을 포함해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까지 모습은 해당 카메라를 통해 지구로 생중계됐다. 디모르포스와의 충돌 이후 상황은 이탈리아우주국의 초소형 인공위성 ‘리시아큐브’가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총 3억 800만 달러(약 4380억 원)를 투입해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류 최초 ‘행성 방어 실험’의 충돌 장면을 미 워싱턴DC 본부 관제실에서 지켜본 나사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우리는 오늘 지구 방어에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강조했다. 충돌 실험 장면은 국내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네트워크(OWL-Net)로도 포착됐다. 천문연은 충돌 직후 소행성 표면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우주선 같은 운동 충격체와의 충돌로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켜 지구와의 충돌 확률을 낮추는 것이다. 디모르포스는 약 5배 크기인 모(母) 소행성 ‘디디모스’를 11시간 55분 주기로 공전하는데 디모르포스와 부딪혀 이 공전 주기를 10분가량 단축하는 것이 DART 우주선에 주어진 임무였다. 나사 측은 앞으로 수 주에 걸쳐 지상과 우주 망원경 관측을 통해 실험이 완전히 성공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또 유럽우주국(ESA)과 공동으로 디모르포스·디디모스 궤도에 우주선을 보내 실제로 궤도 변경이 이뤄졌는지도 관찰할 계획이다.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는 4800만 ㎞ 이내로 지구에 근접하는 ‘지구 근접 천제(NEO)’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 지구와 부딪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나사 측의 설명이다. 약 6600만 년 전 지구와 충돌해 공룡 멸종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칙술루브 충돌체(크기 약 12㎞)와 비교하면 이번 실험의 대상이 된 디모르포스는 매우 작은 크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디모르포스와 크기가 비슷한 140m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칠 경우 최대 2㎞의 크레이터(충돌구)를 만들며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하고 대량의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름 140m가 넘는 NEO는 최대 2만 5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1만 개에 그친다. 나머지 1만 5000개를 찾아내서 충돌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야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2만 년에 한 번꼴로 140m급 소행성과 부딪쳐 왔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약 100년에 한 번꼴로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지름 25m급 소행성은 약 5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0.4%에 불과하다. 이 소행성들을 찾아내는 일이 인류의 ‘생존 과제’인 셈이다. 실제로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해 총 6개 도시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16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소행성의 크기는 불과 18m였다. 크기가 지름 1㎞ 이상인 소행성은 10㎞, 지름 10㎞ 이상인 소행성은 100㎞의 충돌구를 각각 만들어 지구상 생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DART 우주선 실험 성공으로 ‘지구 방어’ 실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처럼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설치하는 방식은 현재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소행성이나 혜성을 여러 개로 쪼개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ART 우주선처럼 운동 충격체를 활용하는 것이 현재 가장 활용도 높은 방식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그간 슈퍼컴퓨터를 동원한 모델 분석에 의존했던 지구 방어 실험이 이번 실험으로 귀중한 ‘실제 데이터’를 얻게 된 셈이다.

과학계는 운동 충격체를 소행성에 충돌시키는 방식 외에도 우주선을 장기간 소행성 옆에서 비행시켜 중력 작용을 통해 궤도 변경을 일으키는 ‘중력 트랙터(gravity tractor)’ 및 소행성 표면에 태양광 반사체를 설치해 속도와 궤도를 천천히 바꾸는 방식 등도 연구하고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