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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통혁당 사건' 故박기래씨, '사형'→48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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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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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故) 박기래씨의 장남 박창선씨와 아내 서순자씨가 27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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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선고받았던 고(故) 박기래씨가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김길량 진현민 김형진)는 2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대표적 공안 사건으로 꼽히는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통혁당 사건은 1974년 민주수호동지회를 결성해 활동했던 재일교포 진두현씨와 한국에서 활동했던 박씨, 김태열씨, 군인이었던 강을성씨 등이 보안사령부로 연행돼 고문받은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고문을 통해 받은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통일혁명당 재건을 기도한 간첩단이라고 발표했다. 기소된 이들 모두 사형을 선고받고 강씨와 김씨에 대해서는 사형이 집행됐다. 박씨는 17년간 복역하다 1991년 가석방돼 2012년 사망했다.

박씨의 유족들은 2018년 12월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20년 5월 재심을 개시했다.

검찰은 재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씨가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은 어떤 압박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뤄졌고 신빙성이 인정돼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당시 박씨를 포함한 피고인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었다"며 "공판조서 등을 살펴보면 진술 내용을 거짓이나 조작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고문 등으로 강제로 받아낸 피고인의 자백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불법 구금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계속됐다면 불리한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로 임의성이 없는 자백을 하고 이후에도 그런 심리상태가 계속돼 동일한 자백을 했다면 법정 진술도 임의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한 적 있지만 불법 구금으로 수사가 시작됐고 폭력적 수단으로 수사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기소 후 법정에서 변호인 조력 받아 공소사실을 부인했더라도 재판 시점에 완전히 임의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 직후 "고인이 과거 위법한 수사와 판결로 억울한 삶을 살았는데 이제라도 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해줘 고인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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