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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신장에만 좋은 줄 알았더니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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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정의 초충도 '낙위음로'에 등장하는 산수유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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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위음로 ▲ 심사정, 종이에 담채, 26.6 x 19 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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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오후에는 여전히 덥지만, 아침 저녁은 제법 선뜻한 바람이 분다.추석도 지났으니,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가을에 한걸음 가까워진 듯하다.
위 그림은 현재 심사정의 초충도이다. 심사정의 현존하는 작품은 산수화가 가장 많지만 풍속화, 도석인물화(도교와 불교적인 그림), 초충도, 영모도 등 다양한 그림을 남겼다.
심사정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문인이자 화가, 평론가인 강세황(1713~1791)은 심사정의 그림 중 화훼와 초충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했다. 밝은 채색으로 표현한 식물과,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한 곤충이 특히 돋보인다.

이 그림의 제목은 낙위음로, '베짱이가 이슬을 마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낙위(絡緯)는 울음소리가 마치 베를 짤 때의 소리 같다는 베짱이를 뜻한다. 여치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베짱이와 여치 모두 메뚜기목 여치과에 속한다.

가을의 정경을 묘사한 것으로, 나무에는 산수유 붉은 열매가 4~5개씩 모여서 매달려있고 풀숲에는 베짱이가 세 마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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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꽃 ⓒ 한국기행_병아리_자연_식물02,한국교육방송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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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의 꽃은 노란색으로 3~4월 봄에 잎보다 먼저 핀다. 20~30개의 꽃이 모여 피는 산형꽃차례(꽃대의 끝에서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붙는다)를 이룬다. 꽃의 지름과 길이는 모두 10mm를 넘지 않는 작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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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 열매 / 약재 ⓒ 한국기행순천식물자연04,한국교육방송공사/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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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나무에 열린 산수유 열매이고, 오른쪽은 잘 익은 열매의 씨를 제거하고 말려 사용하는 한약재 산수유이다. 납작한 산수유 약재는 타원형으로 길이는 15~20mm, 너비는 1cm 정도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재배하며 전남 구례, 경북 봉화, 경기 이천, 여주, 양평 등이 유명하다.

산수유는 간과 신장에 좋다. 한의학에서 신장은 노폐물을 배설하는 콩팥만을 뜻하지 않고, 생식과 성기능까지 포함하는 좀 더 넓은 개념이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산수유는 소변이 자주 마려울 때 뿐 아니라 여성의 월경이 많을 때, 남성의 발기부전에도 효과가 있다.

산수유는 허리가 시큰거리고 아플 때도 좋은데, 콩팥의 위치를 살펴보면 배보다는 등 쪽에 가깝다. 또한 신장은 뼈와 골수, 척수, 뇌수의 건강과 관련이 깊다. 이는 콩팥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에 관여하고, 칼슘의 재흡수에 관여하며, 조혈작용을 돕는 기능과도 연결된다. 산수유가 허리, 무릎 관절의 통증 외에도 현기증과 이명, 난청에 좋은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신장의 기운이 건강하면 뼈와 귀, 뇌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 측면에서 산수유는 상당히 좋은 약재이다. 그렇기에 산수유를 자양 강장의 효능이 있는 약으로 예전부터 활용한 것이다.

맛으로 살펴보면 산수유는 신데, 신 맛은 수렴 작용이 있다. 수렴은 거두어들이고 움츠리고 수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레몬 같은 신 과일을 먹으면 마치 눈코입이 모이듯이 찌푸려진다. 반면 매운맛을 먹으면 열이 오르고 땀이 난다. 몸도 풀어지는 느낌이다. 이것은 신맛의 수렴과는 반대되는 매운맛의 발산 작용 때문이다.

신맛의 산수유는 수렴 작용이 있어 식은땀을 흘리거나 월경량이 많을 때, 유정(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병증), 유뇨(자다가 소변을 지리거나 요실금 등 소변이 저절로 나오는 병증) 등의 증상에 사용한다.

기침이 나고 열을 내릴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산수유 자체가 차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의 진액을 자양하고 보해주어서이다. 산수유는 오히려 약간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 물로 불을 끄는데 있어, 물이 찬 물인지 미지근한 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김종길 시인이 1955년 발표한 <성탄제>에서도 산수유를 약으로 썼다는 구절이 있다.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중략)


아이의 아버지에게는 흐드러지게 핀 봄날의 산수유 노란 꽃보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산수유 열매가 비교도 할 수 없이 훨씬 아름답고 귀한 존재였을 것이다.

산수유는 차처럼 마시는 것이 무난한데, 물 1L에 말린 산수유를 8~10g정도 넣고 물이 2/3 정도로 줄만큼 끓이면 된다. 이를 하루에 2~3번으로 나누어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산수유 씨앗에 독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씨는 제거해야 한다.

단, 산수유가 신장의 기운을 보하는 데 좋다고 하여 약재를 단독으로 과량 혹은 오랜기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신장의 기질적인 질병이 있을 때는 한의사와 상담한 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윤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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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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