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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부실의 댐 커지나?' 코로나 대출 연장, 차주·은행·정부 모두가 밑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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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떠민 이자 폭탄 결국 국민몫 될까 우려

파이낸셜뉴스

서울 중구의 식당가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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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57만 자영업자가 141조원으로 부풀린 대출 풍선이 또 한 번 연장되면서 은행권·차주·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돈을 빌린 사람으로선 대출을 연장하는 기간 금리인상기 이자 부담이 그대로 따라붙는다. 은행들은 악성 대출까지 눈가림한 채 떠안고 있다. 새출발기금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려던 당국도 정치권에 떠밀려 100조원이 넘는 불안함을 유예한 셈이다.

■차주·은행·당국 모두 밑지는 장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141조원의 대출 만기 연장 조치는 사회적 합의로 시행됐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차주와 은행, 당국 중 이득을 보는 주체는 없다.

직접적인 정책 대상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당장 돈을 갚지 않아도 될뿐 이자 폭탄이란 부담을 안게 된다. 코로나19 시기 초저금리로 일으켜 둔 대출 만기를 늘릴 순 있지만 여기 붙는 이자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다. 차주는 언젠가 살아날 경기를 기대하며 대출을 계속 연장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는 "작년에만 해도 올해가 되면 대출을 갚을 정도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희망 고문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상환할 돈이 없어 적자를 보면서도 업을 연명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은행들의 근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미 취약 고리들은 초저금리 연장이나 탕감 등으로 끊어둔 터라 당장 위험은 아니지만, 3년이란 기간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은행권은 특히 자율협약 형식은 존중하지만, 애초 논의 때 이자 상환은 유예하지 말아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한 눈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는 풍선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어 연착륙하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본질은 폭탄 돌리기"라며 "3년이라는 대출 연장 기간도 막상 그때가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사실상 은행 보고 다 갚으란 얘기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치가 떠민 이자 폭탄 결국 국민몫 될까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은행권에 부실을 떠넘겼다는 비판과 함께 자칫 부실로 번질 수 있는 금융사 건전성 관리 역시 부담이다. 정책 시계가 삐그덕대면서 다음 달 출범하는 새출발기금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나서면서 당국조차 이런 기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도 처음엔 이번만큼은 대출만기 연장은 종료하고 새출발기금으로 취약 차주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했었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이 나서면서 기류가 변했다. 현 정권으로서도 (종료는) 택하기 어려운 옵션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운신의 폭이 좁아진 당국이 할 수 있는 건 은행권에 의지하는 방법뿐이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만기연장·상환유예 관련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들에 짐을 다 넘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중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차주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거나 "금융권이 차주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정책효과가 살아난다"는 표현을 써가며 은행의 역할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은행의 입장과 일선 창구의 온도 차가 매우 크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차주와 금융권이 협의해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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