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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KISTI "국가 슈퍼컴 6호기는 초거대 AI 학습에 특화...전 세계 10위권 진입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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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 가동 목표...5호기 '누리온' 대체

처음부터 AI 학습에 특화한 설계, 전체 성능의 30% 할당

메모리 제외하면 해외 기술로 제작 아쉬움..."기술 국산화 가능성 열어둘 것"

아주경제

이식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이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I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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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HPC) 6호기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얼마 전 쏘아 올린 누리호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정밀한 가상 실험(시뮬레이션)을 하는 데 쓸 수도 있고, 태아의 생성 과정을 재현함으로써 윤리 문제없이 희귀 질환을 예측하고 치료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전 세계 10위권 이내의 성능을 갖춘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연내 구축 사업자를 선정한 후 2023년 말 또는 2024년 초에 운영을 시작한다. 인공지능(AI) 모델 학습과 초정밀 시뮬레이션에 목마른 국내 연구자와 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KISTI는 서울 광화문에서 국가 슈퍼컴퓨터 서비스 성과 및 계획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의 뒤를 잇는 6호기는 대량의 GPGPU(AI 반도체)를 병렬 연결함으로써 AI 모델 고속 학습에 특화된 형태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계산과학, 빅데이터 분석, 초정밀 시뮬레이션과 함께 최근 슈퍼컴퓨터의 활용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AI 모델 학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AI 모델 학습은 엔비디아·AMD·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제공하는 일부 AI 반도체에서만 가능한데, 비용 문제로 인해 국내 연구소와 기업이 이를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지만,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이용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반면 대량의 AI 반도체를 병렬 연결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클라우드보다 훨씬 빠르게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학습시켜야 하는 데이터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속도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때문에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은 자체 슈퍼컴퓨터를 구축해서 GPT-3 기반 초거대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초거대 AI의 등장에 슈퍼컴퓨터가 많은 보탬이 된 것이다.

과거 누리온은 중앙처리장치(CPU) 중심 설계로 계산과학과 시뮬레이션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AI 수요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KISTI는 2019년 GPGPU를 대량으로 갖춘 보조 슈퍼컴퓨터 '뉴론'을 추가 구축해 누리온과 연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6호기는 이때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 AI에 특화된 구조로 만든다. 이식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6호기는 전체 워크로드(처리 작업)의 30%가 AI 모델 학습(과학적 활용 포함)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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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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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기는 초당 600페타플롭스(PF) 이상의 이론 성능을 갖추게 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기준으로 2위에 달하는 수치이며, 민간 기업이 보유한 것을 포함해 국내 슈퍼컴퓨터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이다. 다만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6호기가 가동되는 내년 말 기준으로는 전 세계 10위권 정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 1위 슈퍼컴퓨터인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런티어 시스템'은 초당 1.1엑사플롭스(1102페타플롭스)의 성능으로 '엑사스케일'의 벽을 넘은 상황이다. KISTI도 엑사스케일급 슈퍼컴퓨터 구축을 고민했지만, 국가 예산과 활용도를 고려해 600페타플롭스로 타협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통과했다.

6호기 구축 사업자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6호기의 높은 성능을 고려하면 상위 슈퍼컴퓨터 구축 경험을 가진 미국 HPE와 중국 레노버 가운데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HPE는 슈퍼컴퓨터의 원조 격인 크레이를 인수함으로써 관련 기술을 확보했고, 레노버는 IBM의 컴퓨팅 사업부를 인수하는 형태로 슈퍼컴퓨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조민수 KISTI 부원장은 "현재 KISTI는 6호기 성능 목표를 설정하고 구축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다. 국가 예산과 국내 연구자·기업의 효과적인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것"이고 밝혔다.

KISTI는 6호기 CPU와 AI 반도체 공급 기업에 따로 제약을 두진 않을 방침이다. 인텔·AMD·엔비디아의 경합이 예상된다. 현재 상위권 슈퍼컴퓨터는 AMD CPU와 엔비디아 AI 반도체 구성이 가장 많고, 인텔 CPU와 엔비디아 AI 반도체 구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메모리(SSD 포함)를 제외하면 이번 6호기 구축에 국내 기술은 투입되지 않는다. 조민수 부원장은 "국내 연구소·기업이 슈퍼컴퓨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과 부품 위주로 6호기를 구성했다"며 "KISTI는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슈퍼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ISTI는 독자 슈퍼컴퓨터·서버용 보드를 개발하고, 국내 기업의 AI 반도체의 성능도 검토해보는 등 슈퍼컴퓨터 기술 국산화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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