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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줄 알고도 출연한 아내, 말 못했던 숨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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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오마이뉴스

▲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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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진 아내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같은 성향의 남편, 그리고 이런 부모의 영향으로 잘못된 육아방식에 노출된 아이들의 사연이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26일 방송한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극과 극의 성향으로 갈등을 빚는 '물불부부'의 사연이 그려졌다.

결혼 5년차인 39세 남편 윤태양-33세 아내 문지은 부부는 이태원 클럽에서 헌팅으로 만나 남편의 열렬한 구애로 연인 사이가 되었다. 연애 중 혼전 임신으로 급하게 결혼한 두 사람은 어느덧 두 딸을 키우며 5년째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매사에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남편과 달리, 아내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남편의 관점으로 바라본 첫 번째 VCR에서, 남편은 아내가 단잠에 빠져 있는 동안 먼저 기상하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 집에 아이를 등원시킨 뒤 직장에 출근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 반면 아내는 느지막히 일어나 한참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다가 10시가 넘어서야 둘째를 어린이집에 겨우 등원시켰다.

아내는 오후가 되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하원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근무 중이었던 남편이 난색을 표시하자 아내는 "이렇게 비가 오면 아내가 힘들겠다는 생각은 안하냐, 오빠는 나를 아예 생각안하는 것 같다"고 몰아붙였다.

남편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일이 생기면 타협점을 찾거나 협의를 하면 좋은데 아내는 무조건 못한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그런 상황이 생기다보면, 본인은 할 수 있는데 안 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아내는 연년생으로 아이 둘을 잇달아 출산하게 되면서 몸이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혼자서 아이 둘을 케어하는게 불안하고 부담스럽더라"고 고백했다. 아내는 결국 혼자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 저녁시간이 되자 아내는 5살이 된 첫째에게는 아직도 끼니로 우유를 줬고, 심지어 둘째에게는 맨밥만 먹였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48개월이 된 아이의 주식이 우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여주는 걸 못하겠다는 아내에게 오은영은 "아이들이 안 먹는다고 내버려두면 안된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부모가 파악하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부터 하나씩 추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요리가 어렵다면 음식을 사서 먹인다고 해서 사랑과 정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알고보니 아내는 정신과로부터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첫째 임신때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치료를 받아야했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복용중이라고. 아내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도 약기운 때문인지 꾸벅꾸벅 졸았고, 아이들을 겨우 씻기고 나서는 함께 드러누워 별다른 의욕없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패널들은 아내의 태도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는 솔직한 궁금증을 전했다. 심지어 광주로 출장을 가 있던 남편에게 인천으로 아이들 하원을 하러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아내는 "우울증으로 한창 힘들었던 시기에 남편의 부재와 무심함에 서운함을 느꼈다"고 해명했다. 남편은 "아내는 '날 위해서 KTX를 타고서라도 올라왔다가 자기를 위로해주고 다시 내려가라'고 하더라"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아마 이 장면이 나가면 아내를 향하여 시청자들의 전국적인 비난이 예상된다. 아내도 분명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내가 더 심각하게 힘든 상태라는 의미다"라고 설명하면서 "아내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과연 모를까?"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행동은 '당신 고생 좀 해봐. 고생하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라는 느낌이 든다"고 분석했고, 듣고 있던 아내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부부는 연애 당시만 해도 아내가 주도권을 가진 입장이었지만 결혼하게 되면서 남편이 '을에서 갑'이 되었다고. 당초 이별까지 고민하던 부부는 아내가 임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갑작스럽게 준비도 없이 결혼을 하게 됐다고. 남편은 "그때는 결혼하기 싫었다. 그래서 아이를 지우려고도 했다"라고 고백하며 "결국 될 때로 되라. 다 같이 멸망해가자"라는 심경으로 자포자기하듯 결혼을 받아들였던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내는 결혼 초에 "남편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감옥에서 아이를 키우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아이를 원하지도 않았고 출산후에도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듯한 남편의 태도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아내는 "내가 연애할 때 남편에게 잘했더라면 남편이 지금과 달랐을까?"라고 고민하기도 했다.

부부의 입장차이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원래 연애 때 잘해주던 남편이 아이를 낳고 더 잘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남편은 이미 지쳐서 마음이 떠나있던 상황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차마 사람으로서 아이를 없애는 짓을 할 수는 없어서 어쩔수 없이 결혼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부부의 자녀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가 공개됐다. 아동발달센터를 찾은 부부는 전문가 검사결과 48개월이 된 첫째 아이의 표현언어가 불과 11개월 수준으로 드러나자 충격에 빠졌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둘째에 비하여 첫째는 단어로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쳤다.

하필 첫째가 태어났을 당시 부부는 잦은 말다툼 때문에 한동안 대화가 단절되었던 상태였다. 부부의 갈등 때문에 부모로서 아이와 필요했던 소통과 교감마저 소홀해졌던 것. 아내는 "마음에 없는 엄마의 역할을 억지로 끄집어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부부의 '부모 양육태도 검사'에서 결과는 더 심각했다. '간섭' 항목에서 아내의 수치는 놀랍게도 '0'이 나왔다. 아내는 아이가 거부하면 밥도 약도 제대로 먹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억지로라도 붙잡고 시켜야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오은영은 "엄마의 역할은 아이의 문제 상황을 다루고 대하고 지도해야하는 것이다. 아이를 내버려두는 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아내에 대하여 쌓인 불만을 쏟아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 힘들다고 하는 걸 이해를 못하겠다. 그냥 힘들다고 하는 건 괜찮다. 아내는 무조건 못하겠다고 한다"라고 토로하며 "아이에게는 지금 아니면 교육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를 발달센터에 데려가는 것도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다"고 답답해했다.

그 시간 집에 있던 아내는 집안에 설치되어 있던 모든 방송 카메라를 가린 뒤 택배로 주문한 원피스를 확인하고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돌연 서럽게 눈물을 한참동안 흘리기도 했다.

VCR로 지겨보던 이들은 아내의 예측할 수 없는 감정기복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못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하여 발달센터를 다녀온 직후 첫째에 대한 죄책감과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속상함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첫째 아이는 자폐스펙트럼은 아니다"라고 위로하면서도 "청각적 주의력이 너무 떨어진다. 단어의 뜻은 알아도 이야기 전체를 듣지않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가벼운 스킨십과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교육법을 설명하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로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아이의 주의 집중력이 부족한 것이 엄마의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무기력증이 우울증 약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아침기상이 어렵고 수시로 조는 것, 어떤 일을 시작하는게 느리고 동시에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 등 아내가 이른바 주의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기도 한다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오은영은 "아내는 사랑과 모성애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비로소 아내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 남편에게 오은영은 "그렇다고 아내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식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성인이 되어서 신체적 성숙과 정신적 성숙은 또 다르다. 첫째는 그런 엄마의 성향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이며 남편의 지속적인 이해와 도움을 당부했다.

이어진 VCR에서 아내는 만취하여 집에 돌아온 남편을 억지로 깨워 대화를 나눴다. 정작 남편은 당시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여기서 임신 6개월 당시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던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당시 임신한 상태에서 웨딩촬영 전날 한껏 예민해져 있던 아내는 바쁘게 일을 하다가 술에 만취하여 돌아온 남편에게 불만이 폭발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얼음물을 뿌리고 추궁하다가, 화가 난 남편에게 무방비로 폭행을 당했다고. 아내는 "그래도 이혼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있으니까, 필요하니까 그냥 살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물론 남편은 당시에도 바로 사과했고 변명없이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아내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뚜렷한 해결방법 없이 반복되는 갈등에 남편도 아내도 모두 지쳐갔다. 부부는 이전에도 몇차례 부부상담을 받기도 했고 우울증 치료도 받았지만 아직도 그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는 지금도 남편이 무서울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가족은 나를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존재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나를 공격했다는 게 더 공포스러운 거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힘들다. 이런 걸 바로 트라우마라고 한다. 그 트라우마를 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다른 사람보다 감정적 상처를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리고 쉽게 상처를 받는 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부부관계에서는 남편에게 억울한 감정이 크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자존감이 낮다'라는 것. 문장완성검사에서 아내는 잊고 싶은 것으로 '남편에게 맞은 것'을 꼽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기 위해서 '용서하고 잊기'라고 적었다. 아내가 보이는 일상적인 무력감에는 가정폭력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

남편은 감정보다 이성적인 논리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아내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잘 참다가 한번씩 '화' 버튼이 눌러지면 폭발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아내에 대하여 '변화 가능성이 없고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로는 부부문제에 대하여 폭발하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내는 자신의 탓만 한다고 느끼고 있다'라는 것.

오은영은 이성적 남편에게는 먼저 '감정에 대한 공감'을, 감성적인 아내에게는 '논리적인 의견을 인정'해주는 화법에 서로 익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구구단 외우듯 어색하더라도 노력을 거듭하다보면 어느새 진심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오은영은 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할 것을 주문하며 한편으로 아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다시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남편이 사과하면 그냥 사과로 받아들이라"고 당부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결혼 초기에 아내를 존중하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고, 현재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아내'를 꼽을 만큼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둘만의 자리에서 오은영이 가르쳐준 화법대로 서툴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변화를 예고했다. 남편은 "여보의 마음이 다쳤다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라고 다시 한번 마음을 전했고, 아내는 미소를 되찾았다. 부부는 녹화 후 지역상담센터에서 부부상담을 진행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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