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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맘대로 그 가격에 팔았어요?” 하락장에도 등터지는 공인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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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4000만원에 내놨더니 3억원에 거래 가능하냐고 연락이 왔네요.”

경기도 양주시 옥정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58㎡의 한 소유주는 최근 동네 중개업소의 전화를 받았다. 하루 뒤에는 3억1000만원을 제안하는 또 다른 중개업소의 연락도 받았다. 같은 단지 주민들은 “작업조의 가격 후려치기를 주의하자”, “가두리 부동산 믿으면 안된다, 버텨야 한다”면서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는 중이다.

경기도 평촌시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아파트 단지는 최근에 한 차례 술렁였다. 전용 59㎡가 5억3000만원에 팔리면서다. 지난해 6월에는 8억7000만원까지 갔었는데 1년여 만에 3억4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일부 소유주들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면서 “중개한 공인중개업소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지난 2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부동산 밀집 상가에 문이 활짝 열려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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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시기에 ‘가두리’ 영업을 한다며 비난을 받았던 공인중개업소가 하락장에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과 또다시 갈등을 빚는 곳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 체결 후 해당 단지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중개업소들은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급매물을 중개했다는 이유로 욕까지 먹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7월 85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513건) 대비 72% 급감했다. 7월 거래량은 642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처럼 급감하면서 공인중개업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는 올해 1분기 12만1543명에 달했지만 2분기에는 11만9006명으로 감소했다. 분기별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감소한 건 2019년 3분기 이후 3년 만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에는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보다 폐업한 곳의 수가 더 많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신규개업 공인중개업소는 906개로, 전월(1074개) 대비 15.6% 감소했다. 반면 폐업한 공인중개업소의 수는 994개에 달했다. 휴업한 곳도 72곳이었다.

공인중개업자들이 역대급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급매 거래가 체결되면 해당 소유주와 함께 중개를 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는 것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아파트 가격 하락거래 비율이 전국은 48.6%, 서울은 54.7%에 달했다. 2채 중 한 채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비슷한 층)의 직전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된다는 의미다.

중개업소들은 호가를 낮춘다는 지탄을 피하려고 급매물은 일단 공개하지 않고 사전에 문의한 고객에게만 연락해 알리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물로 나온 물건이 있어도 공개는 하지 않는다”면서 “전세도 마찬가지로 평균가격의 매물만 올려두고 문의가 오는 경우에만 실제 가격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이라 매매거래가 자주 체결되지는 않지만,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고객은 상당히 많다”면서 “포털사이트에 올릴 경우에는 호가가 낮아진다는 항의가 들어와 미리 요청한 고객들에게만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가격 담합 등의 행위를 엄밀히 금지하고 있다.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나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중개업소 이름을 언급하거나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현재 법으로 금지돼 있어 과거와 같은 형태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단체 카카오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단지내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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