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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향담배, 흡연 시작 쉽게하고 금연은 어렵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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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희진 교수, 가향담배 사용현황‧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가향담배로 흡연 시도자, 금연 비율 낮아…청소년, 긍정적 인식

백경란 질병청장 “가향담배 관련 규제 정책 개선 필요” 지적

세계일보

편의점 담배 판매대. 연합뉴스


달콤하거나 시원한 맛 등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만든 ‘가향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지속하게 해 금연을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소년이 가향담배를 호기심과 사회적 관계 문제로 접하며, 다른 연령층보다 더 선호하는 등 가향담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관련 규제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는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연구’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김 교수는 만 13∼39세 젊은 흡연자 1만30명을 대상으로 가향담배 사용 현황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만 13∼39세 젊은 현재흡연자 5243명 중 77.2%(4045명)가 가향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64.8%(4360명 중 2827명)보다 12%p(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젊은 층의 가향담배 선호도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가향담배 사용률은 여자, 청소년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현재흡연자 중 가향담배 사용률은 남자 75.9%, 여자 78.4%로 조사됐고, 연령별로는 만 13∼18세가 85.0%로 만 19∼24세(80.1%), 만 25∼39세(74.5%)를 제치고 가장 높았다.

가향담배는 흡연 시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응답한 사람은 흡연경험자(6374명)의 67.6%(4310명)였다. 이는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32.4%·2064명)의 2배 이상이었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인데, 첫 흡연을 시도했을 때나 최근에 사용한 가향담배의 향으로 전체 성별·연령에서 ‘멘톨’향이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3∼18세 여자는 ‘과일’향 사용량이 가장 많았다.

가향담배를 사용하는 이유를 질의한 결과 만 19∼39세는 ‘맛’, ‘취향에 맞는 향’ 순으로 답했다. 반면 만 13∼18세는 ‘맛’, ‘호기심’, ‘취향에 맞는 향’ 순으로 답해 청소년에게는 호기심이 가향담배 선택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담배는 흡연 시도뿐 아니라 흡연 유지와 금연 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1∼2모금 피움)한 경우, 비가향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흡연자일 확률이 1.4배(남자 1.6배·여자 1.3배)로 높았다. 가향담배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10.9배(남자 11.4배·여자 10.3배) 높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사람이 현재 가향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은 73.9%, 현재 금연 중인 비율은 17.0%로 나타났다. 비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사람이 현재 비가향담배를 피우는 비율은 44.6%, 현재 금연 중인 비율은 19.6%다.

가향담배에 대한 인식은 2016년보다 좋아졌다. 2016년에는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비흡연자 95.5%, 비가향담배 흡연자 93.1%, 가향담배 흡연자 92.0%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비흡연자 89.1%, 비가향담배 흡연자 77.6%, 가향담배 흡연자 79.7%가 ‘그렇다’고 답해 가향담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은 흡연이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3∼18세는 ‘가향담배 흡연자는 비가향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는 문항에 가향담배 흡연자(46.4%), 비가향담배 흡연자(44.2%), 비흡연자(28.9%) 순으로 긍정적으로 답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이 가향담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쉽게 흡연 시도를 하는 데 이용하고 있어 관련 규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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