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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임은정 신고한 ‘고소장 위조’ 검사, 4년만 재기소…“추가 범행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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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을 잃어버리자 다른 고소장으로 갈아 끼운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윤 모 씨(40)가 4년여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다시 기소됐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으나 공수처는 추가 범죄사실을 찾아내 공·사문서위조 혐의로 사실상 재기소했다. 공수처는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제기한 당시 검찰 지휘부의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공수처, 윤 전 검사 공문서·사문서위조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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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7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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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3일 윤 씨를 공문서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윤 씨는 2015년 12월 초, 부산지검 검사실에서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의 고소 사건 기록이 분실된 것을 알게 되자 같은 고소인이 고소한 다른 사건 기록을 찾아 고소장을 복사하고, 이를 잃어버린 고소장 수사기록으로 대신 끼워 넣은 혐의(사문서위조)를 받는다.

또 2015년 12월 말에는 검찰수사관 명의로 작성된 수사 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건으로 수차례 고소를 한 것처럼 꾸며 허위 보고하기도 했다. 윤 씨는 이 보고서를 출력해 역시 수사기록에 대체 편철(공문서위조)했다. 앞서 윤 씨는 고소장을 잃어버린 후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승낙 없이 차장검사의 도장을 찍은 혐의로 부산지검에 의해 기소돼 유죄를 받았지만, 공수처는 윤 씨의 범행 사실을 추가로 찾아내 기소한 셈이다.



임은정 부패신고로 재수사…우여곡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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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지난달 16일 오전 '고소장 위조 부실수사' 등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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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당사자인 고소인이 윤 씨의 고소장 위조를 뒤늦게 인지하고 이의를 제기하며 최초로 불거졌다. 윤 씨는 2016년 6월 사직서를 제출, 검찰은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했었다. 같은 달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윤 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사건 발생 후 2년이 훌쩍 넘은 2018년 10월 윤 씨를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국정감사 등에서 ‘늑장기소’라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임은정 검사는 내부 징계가 없이 사표가 수리된 점 등을 들어 ‘무마 의혹’을 제기, 2019년 4월 김수남·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직무유기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면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경찰은 무마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에서 부산지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3차례 기각되는 등 어려움을 겪다 결국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 송치했다. 검찰은 이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임 검사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을 국민권익위에 부패신고를 접수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9월 공수처에 이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 “사건 무마 의혹은 계속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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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현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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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지난 5월 부산지검을 압수수색했지만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2차례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올해 12월로 임박했고, 피고인에 대한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는 2018년 검찰에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위조문서행사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법원) 판결로 확정된 범죄 사실과 동일한 일시·장소에서 동일한 기회에 한꺼번에 행사한 것”이라며 확정판결의 효력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형사소송법상 이미 한 번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 때문이다.

이대환 공수처 수사1부장 직무대리는 “선행 재판에선 고소장 표지 위조만 판단 대상이 됐는데, 표지만 위조했더라도 고소장에 편철해 한권 전체를 행사한 것이 이미 고려됐으므로 행사 부분은 일체 일사부재리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해선 윤 전 검사의 사표 수리 시점(2016년 6월 9일)을 고려할 때 내년 6월 8일까지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공문서인 ‘표지 위조’만 고발됐던 선행 재판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2020년 3월 윤 씨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차장 날인이 된 표지와 달리 고소인의 고소 내용에 해당하는 고소장 위조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에 해당하는데,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사건을 고발할 당시 표지에 해당하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만 적시해서다.

부산지법은 1심에서 “피고인이 고소장을 다시 제출받는 등 노력은 하지 않고 공문서인 사건기록표지를 위조해 행사한 것으로써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고소장 자체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고소장이 접수돼 주임검사에게 배당되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내부적 문서인 사건기록표지가 위조된 것으로써 그 사건기록표지 자체가 어떠한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에 해당한다거나 형사절차와 관련한 중요한 문서라고 볼 수도 없다”며 선고유예형을 선고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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