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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법 “업무상 재해라도 민사책임까지 지는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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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행정소송서 ‘업무상 재해’ 인정받아
‘파킨슨증 사망’ 근로자 유족, 회사 상대 소송
사업장 보호의무 위반‧제조물책임 주장했으나
대법서 최종 패소…‘손해배상 부정’ 원심 유지


행정소송에서 파킨슨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더라도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당연히 인정, 민사소송을 통한 불법행위책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투데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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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7일 선박 용접근로자였던 박모 씨가 파킨슨증 발병으로 사망한 뒤 유족들이 사용자인 A조선해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기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또 유족들이 용접봉 제작회사인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 ‘용접봉에 망간이 함유된 것 자체가 결함이라고 볼 수 없고, 설계상 결함이나 표시상 결함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며 그와 다른 전제에 선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원고들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박 씨는 23년간 선박 용접업무를 담당하다가 2008년 8월 파킨슨증 진단을 받았다.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박 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파킨슨증에 대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리자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후 망인과 유족들은 휴업급여 및 요양급여의 보험급여와 유족 및 장의비로 합계 5억1406만9410원을 지급받았다.

유족들로 구성된 원고 측은 망인의 사용자인 A조선해양을 상대로 피고 회사가 보호의무를 위반해 망인에게 파킨슨증이 발병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용접봉 제작회사 B사를 상대로는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책임 내지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유족들은 행정소송에서 망인의 파킨슨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으므로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고, 2심 역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 재판부는 “망인이 취급한 용접봉 등 용접제품에 망간이 일부 함유돼 있고, 일부 작업자에 대해 노출기준치 초과사실이 확인되므로 보호의무 위반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제출된 의학적 소견들은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거나 가능성을 추정한 것에 불과해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망간은 용접 강도를 유지하는 필수 원소이고 대체가 불가능해 제조상‧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용접봉 포장에 증기 흡입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는 표시가 돼있어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제조물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불법행위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원고들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 및 증거관계에 따라 피고 A조선해양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면서 “용접봉 제작회사 B사의 제조물책임 내지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원심 판결도 확정한다”고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고 민사소송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반드시 보호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투데이/박일경 기자 (ekpar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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