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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伊, 파시즘 부활?…멜로니 총리 승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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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에 뿌리 둔 이탈리아형제당 총선서 제1당

드라기 정권 때 유일한 야당으로 인기 몰이

파시스트 상징 여전히 남은 伊…해외서 우려 커

멜로니, 총선 승리 연설서 온건 말투로 '통합' 강조

노컷뉴스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당(Fdl)의 대표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간)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Grazie Italy)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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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당(Fdl)의 대표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간)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Grazie Italy)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형제당'이 제1당에 올랐다. 나치 독일‧일본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추축국인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에 뿌리를 둔 정당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당 대표는 전날 열린 총선에서 승리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초의 극우 정부이자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가 됐다.

이탈리아형제당은 제2차 세계대전 신(新)파시스트 정당인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두고 있다.

MSI는 1946년 베니토 무솔리니의 마지막 정부에 핵심인 조르지오 알미란테가 이끌었다. MSI는 1950~1980년대 작은 우익 정당으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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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대표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로마의 시내버스에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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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대표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로마의 시내버스에 나붙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역사학자 폴 긴즈보리는 "MSI가 전후 수십 년 동안 겨우 살아남았지만 '권위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강한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했다"면서 "남부의 학생과 도시 빈곤층, 중하층 계급에 계속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이후 알미란테의 계승자인 잔프랑코 피니는 당을 이탈리아 우파의 새로운 온건한 모습으로 바꿨다. 피니가 1993년 로마 시장에 낙선했지만 46.9%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는 MSI를 민족동맹으로 당명도 바꿨다.

이 무렵 로마의 노동자 계급인 싱글맘 손에 자란 멜로니 총리는 MSI 청년 지부에 가입했고, 피니의 민족동맹에서 청년지부장이 됐다.

피니는 '무솔리니를 20세기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신파시스트에 뿌리를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런 평가를 부인했다. 피니는 2003년 이스라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때 유대인의 권리를 제안한 이탈리아의 인종법을 "전쟁의 절대 악"이라고 비판했다.

멜로니 총리는 어린 시절 무솔리니를 칭찬했지만, 2009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장관 시절 야드 바셈을 방문했다. 2021년 회고록에서 당시 방문에 대해 "집단학살은 한 단계씩, 조금씩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경험했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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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이라는 이탈리아 민주당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이탈리아 우파는 수십 년 동안 파시즘을 반성했고, 민주주의 탄압과 수치스러운 반유대인 법을 분명히 비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베를루스코니가 치솟는 부채와 자신의 법적 문제로 총리직에서 사임한 이듬해 "오랜 전통을 위한 신당"이라며 당을 만들었다.

이탈리아형제당은 창당 후 10년 동안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은 6.4%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멜로니 총리는 "지지율을 모든 것을 바꿨다"고 밝혔다.

2021~2022년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국민통합정부 집권 기간 동안 멜로니는 유일한 야당의 대표로서 인기가 치솟아 이번 총선에서 26%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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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시스트 정당에 뿌리를 둔 흔적은 여전하다. 당 로고 중앙의 빨간색, 흰색, 녹색 불꽃은 MSI가 원조다.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의 상징인 막대기 묶음과 파스케스보다는 덜 명백하지만, 3색 불꽃은 이 당의 뿌리를 말해주는 강력한 상징이다. 파스케스는 나무뭉치에 묶인 도끼 문양으로 고대 로마 집정관의 상징이었으나 무솔리니가 상징하면서 그의 상징이 됐다.

신파시스트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당에 대한 우려는 이탈리아 국내보다 다른 국가에서 두드러진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탈리아가 국가사회주의‧히틀러와 완전히 절연한 독일처럼 무솔리니와 파시스트당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로마 티버강 인근을 따라 무솔리니 시대의 건축물과 기념물이 널려있고, 무솔리니의 이름이 붙은 오벨리스크(기념탑)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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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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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헌법은 파시스트 정당의 창당을 금지하고 있지만, 극우 단체들은 여전히 파시스트 경례를 사용하고 파시스트의 상징을 사용한다. 로마의 맨홀 뚜껑 중 1/4은 여전히 파스케스가 새겨져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이탈리아형제당이 승리한 것은 신파시스트나 극우 정서의 급증이라기보다 이탈리아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이다.

나탈리 토치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들이 25~30%의 큰 지지받은 핵심 이유는 단지 정치계의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멜로니 총리는 총선 승리 연설에서 아주 온건한 말투로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우리는 선택했다"면서 "우리는 절대 그런 적 없듯이 이탈리아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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