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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전 고를 때 ‘기능’보다 ‘효율’ 중시… 고물가에 구매 트렌드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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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김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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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기능 만큼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빠르게 나타난다. 전기요금 상승 압박이 워낙 크다보니 효과가 피부로 와닿진 않아도 전기를 조금이나마 덜쓰는 가전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역시 에너지를 덜 쓰기 위해 효율 1등급 가전에 대해 구매비용의 10%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더해지면서 보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의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다.

26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을 소비자가 찾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연쇄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배경은 기후변화가 꼽히는데, 폭염이나 폭우 등 인류를 위협하는 기상의 변화가 모두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보니 되도록이면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쓰자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작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기를 써야하는 가전의 특성상 전력효율이 좋은 가전을 쓰면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최근 소비자들이 생각이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바람도 따지고 보면 에너지를 덜 쓰던가, 쓰더라도 자연에서 얻은 친환경 에너지를 쓰자는 목소리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ESG 경영도 여기에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저전력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데, 최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비스포크 무풍 시스템에어컨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또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을 7대 전자제품으로 삼고, 이들 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가전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대비 3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가전 1위 LG전자 역시 높은 에너지효율을 지닌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LG 트롬 건조기가 대표적이다. 기존 건조기가 벨트로 건조통을 움직였다면 이 제품은 기어로 드럼 회전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에너지효율을 높였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가전업계가 환경보호를 중점에 두는 만큼 효율이 높은 제품을 출시해 탄소량 감소를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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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가 예정된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창에 시민들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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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전기요금 상승 역시 고효율 가전 인기에 힘을 싣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는 지난 8월(육지 기준) 1킬로 와트(㎾)당 196원으로 지난 1월 154원보다 27.3%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10.8%나 오른 수치다. 여기에 한전이 정부에 제출한 요구안에 따라 올 4분기 전기요금이 다시 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 구매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한전이 운영하는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지원사업은 전기요금 복지 할인을 받는 가구가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을 구매할 때, 비용의 10%(가구당 30만원 한도)를 지원해준다.

에너지효율을 중시하는 시각이 나타나면서 정부의 효율등급 제도는 엄격해지고 있다. ‘진짜 고효율’을 가리기 위해 기준을 높이거나 더욱 명확하게 한 것이다.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효율관리기자재 운영 규정’을 보면 지금까지 냉방과 난방 중 낮은 등급 라벨만 표시했던 에어컨과 온풍기 등은 내년부터 냉·난방 효율을 따로 표시해야 한다. 또 산업부는 에어컨과 온풍기에 대한 다른 효율 등급 기준도 전체적으로 조정해 1등급 제품 비중이 축소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치냉장고는 내년부터 제품의 ‘최대소비전력량(한 달간 소비하는 최대 전력량)’을 제품 크기로 나눠 표시해야 한다. 냉장고 크기에 따른 전력소비량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효율 등급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한 제품의 카테고리를 300리터(L), 300L 이상 문 3개 이하, 300L 이상 문 4개 이상 품목으로 나눠 서로 다른 전력 소비 기준을 적용한다. 산업부는 이 제도 도입으로 기존 1등급 효율 제품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냉장고는 올해 효율 등급 심사를 마친 601개 중 213개(35.4%)만 1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1등급을 받았던 제품 숫자에 비해 약 1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반면 에어컨은 제도 변경 이전 기준이 워낙 엄격해 1~2등급 제품이 거의 없었는데, 등급 기준인 ‘소비전력량당 냉방량’을 이전보다 완화하는 식으로 진짜 효율에 가까운 제도로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경우엔 기존에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라며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고효율 가전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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