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서류 떼기 귀찮아 못받은 실손보험 2800억.. '간편 청구' 속도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구 전산화, 의료계 반대로 13년째 공회전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이뤄질까.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 제도를 권고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 됐다. 이후 2015년 금융위원회 등에서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를 추진했고 국회에서도 활발한 입법이 진행됐다. 그러나 13년째 결론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은 쌓여가고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란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손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는 것이 실손보험 간편 청구제다. 현재는 소비자가 병원에서 진료비를 지급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고 필요서류(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구비해 보험회사에 방문, 팩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청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해 준 공공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의료보험 청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병원과 보험회사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복잡한 절차 보험금 청구 안해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번거로운 청구 절차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통계와 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 현황, 보험금 청구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37조 5700억원인데 실제 지급 보험금은 36조 8300억원에 그쳤다. 청구 전산화가 됐다면 차액인 7400억원을 보험가입자가 받을 수 있었다.

올해의 경우 실손보험 지급 가능액은 13조 55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지급 보험금은 13조 2600억원 수준으로 청구 전산화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2860억원에 달했다. 실손보험 지급가능액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실손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최대로 증가하게 됐을 경우를 가정한 지급 보험금 추정치다.

보험회사들도 종이 문서를 받아 심사한 후, 전산 입력하고 보관하는 단순업무가 비효용을 초래하고 있다. 연간 1억건 청구 시 서류 4장일 경우 4억 장의 종이문서가 소요된다. 병원들도 대량의 종이문서 생산에 따른 업무 부담이 발생한다. 때문에 일부 병원들이 개별 보험사와 전산화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세브란스 병원과 KB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국회·정부, 10년 넘게 '논의만'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하자 정부와 국회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0여년 째 논의 중이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실손보험 청구, 지급절차 온라인화를 포함했다. 2016년 '2단계 금융개혁'에서도 국민 금융편익 확산 과제 중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요 목표로 삼았다. 2018년부터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실무협의체를 운영했다.

국회도 함께 움직였다. 20대 국회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의 법적 기반마련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여ㆍ야의원 모두 필요성을 공감해 다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현재 이와 관련 6개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험, 의료계 모두 국민 이익 내세워

의료계와 보험사 모두 '비급여' 때문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받는 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해주는 급여와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로 나뉜다. 실손보험은 본인 부담금 100%인 비급여 부분을 커버하기 위한 보험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는 의료비를 관행적으로 80%만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에서 손해본 20%를 비급여 항목에서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비급여 비용은 의료기관에서 정하도록 두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될 경우 비급여 비용 내역까지 심평원에 고스란히 들어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보험사들은 당장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보험금 신청을 안하는 것보다 비급여에 대한 손해율이 더 크고 이게 보험사기로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병원의 재량으로 하는 비급여 항목이 보험사들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

그러나 양쪽 다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의 편의성을 내세우며 찬성하고 의료계는 환자 의료 정보 유출 등을 반대 근거로 제시한다.
#건강보험공단 #실손보험간편청구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