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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발언 영상, 엠바고 해제전 유포… 기자단 “진상 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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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논란’ 22일 오전, 뉴욕·서울서 무슨 일이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한국 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MBC는 이 장면을 보도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자막을 달았다.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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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반박하면서 진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은 두 가지로 모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한 MBC가 정확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를 명시한 발언을 했다는 자막을 달게 됐는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MBC 보도에 앞서 이 내용을 공식 회의에서 거론했는지 하는 점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순방 취재 기자단이 촬영한 풀(pool) 영상이 언론 보도 이전에 다른 경로로 온라인에 먼저 유포됐다. 언론 보도 전에 풀 취재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방송사 관계자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도 목적으로 취재한 영상이 인터넷에 먼저 유출된 경위와 목적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윤 대통령 발언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5시 뉴욕에서 시작된 한 국제 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국내 방송사 풀 카메라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 담겼다. 풀 취재란 일부 기자가 대표 취재해 전체 언론사에 배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날 행사 촬영은 MBC와 KTV 카메라 기자가 했는데,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MBC 카메라 기자 촬영 영상에만 담겼다.

MBC·KTV 카메라 기자는 행사 종료 얼마 후인 오전 6시 28분쯤 한국 방송사 12곳으로 동시에 영상을 송출했다. 오전 7시 30분쯤 서울로 송출이 완료된 이 영상은 총 52분 분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해당 영상이 곧바로 보도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 규약과 관례에 따르면, 대통령 음성(싱크)이 들어가 있지 않은 단순 스케치 영상은 송출 직후부터 보도가 가능하지만 대통령 발언이 들어간 영상은 취재기자(일명 ‘펜 기자’)가 작성한 취재 풀 최종본이 기자단에 공유되기 전까지는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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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7시 40분쯤 지나 뉴욕 현지에 있는 순방 취재단 일부 기자 사이에서 ‘대통령 발언 중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자들 사이에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들린다는 쪽과 “영상에 잡음이 많아 단어가 명확히 식별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그러던 가운데 9시 33분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처음 언급했다. 풀 최종본이 언론에 배포돼 엠바고가 해제된 시점(9시 39분)보다 6분 빨리 나온 발언이다.

또 오전 9시쯤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이든을 모욕하는 발언이 우리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한다. 상상도 못할 워딩(발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오전 9시 18분 댓글에서 “일단 MBC는 내보낸다고 한다”며 “현지 대통령실 출입기자 전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 취재단이요?’라는 물음에는 “네. 저희 방송사 풀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9시 28분 새 글을 올리며 “기자들이 대통령실 비보도 요청 받아줬다는 얘기가 있어 열 받아 그냥 공개한다”며 지라시 형식의 글을 공유했다. 이 글에는 MBC 최초 보도 속 자막과 거의 똑같은 글이 담겼다. 단 하나 다른 대목은 MBC 자막 속 ‘바이든은’이 ‘바이든이’로 표현된 것뿐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 회의 발언은 MBC 보도가 아닌 SNS 동영상을 보고 한 것”이라고 했다. MBC 측도 “(발언 논란은 22일) 오전 8시쯤 정치부 기자들이 공유한 내용”이라고 했다.

실제로 9시 19분쯤부터 해당 영상은 반디캠(컴퓨터 화면 녹화 프로그램)으로 재촬영된 형식으로 엠바고 해제 20분 전 SNS를 통해 집중 유포됐다. 누가 영상을 유포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초 유포자가 방송사 관계자라면 공적 보도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개인적으로 퍼뜨렸다는 지적과 함께 언론 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되는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영상 취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 짜깁기도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취재 행위를 왜곡하고, 엠바고 해제 이전에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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