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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평등, 이재명,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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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불평등 문제 해결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도 그 연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2018년 정책과 2019년 정책은 기조가 달랐다. 2018년은 사실상 ‘임금주도성장론’이었다. 2019년은 ‘노인주도성장론’이었다.

경향신문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2018년의 주요 타깃은 ‘저임금노동자’였다.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대폭인상이었다. 경제성장률(GDP)+물가상승률(CPI) 합계의 약 4배를 인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폭은 크게 줄었고, 가구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됐다. 2019년의 주요 타깃은 ‘노인’이었다. 정책 수단은 공공예산을 통한 노인 일자리 확대였다. 가구소득 불평등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왜 저임금 노동자를 정책 타깃으로 할 때는 소득 불평등이 늘어났을까? 왜 노인을 타깃으로 하니 소득불평등이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 진짜 하층은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노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짜 하층은 노동조합 조합원 중에 있지 않고, 대한노인회에 압도적으로 많다. 노동자 처우는 개선되어야 하나, 한국 진보가 ‘노동’에 과몰입하면, 진짜 하층, 진짜 민중과 대면하지 못하게 된다. 2018~2019년 소득주도성장 정책실험의 진짜 교훈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일 1망언’을 하는지 알고도 그를 뽑았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가 더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장점은 추진력과 실용주의자 면모다. 단점은 포퓰리즘적 이미지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누그러뜨리는 게 가장 좋다. 이 대표가 ‘포퓰리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실용주의자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다.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더 왼쪽으로’ 가거나, ‘더 많은’ 현찰을 나눠주는 게 아니다. 실제로 지난 대선 시기 민주당이 자체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30세대의 65%가 기본소득을 반대했다. 현재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더 신뢰감을 주는’ 정책 행보다. 혹자는 이를 ‘여당다운 야당’이 돼야 한다고 표현했다. 좋은 표현이다.

이 대표가 기초연금 이슈를 제기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하위 70%에게, 30만원씩, 부부감액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100%에게, 40만원씩, 부부감액을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공약을 ‘되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도, 정무적으로도 지혜로운 접근이 아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고령화사회(7%), 고령사회(14%), 초고령사회(20%)로 표현한다. 한국은 초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7%에서 20%로 이행되는 연도를 기준으로, 프랑스는 155년, 스웨덴은 124년, 독일은 78년이 걸렸다. 세계 최초의 초고령화 국가는 일본인데, 35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25년 걸린다.

초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증세 속도’의 빠르기를 의미한다. 어느 나라나 복지비의 3분의 2는 노인 예산이다. 건강보험과 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령화사회(7%)에서 초고령사회(20%)로 이행한다는 것은 부양비와 복지비가 약 3배 늘어남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초고령화발 증세 폭탄’의 잠재력을 가진 이슈다. ‘더 많은’ 현찰 지급은 ‘더 많은’ 세금부담을 내포한 정책이다. 되치기 하려다 오히려 되치기 당하기 딱 좋은 이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더 왼쪽’이 아니다. ‘더 신뢰감을 주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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