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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딱 딱 소리 뒤 검은 연기 덮쳐”…새벽 출근한 7명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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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재 발생 초기 지하주차장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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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 8명은 물류·청소·방재 업무를 맡은 사람들로 파악됐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로, 개장 전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대전소방본부와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45분쯤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아울렛에서)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 접수 7분 만인 오전 7시5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은 6분 뒤인 오전 7시58분 주변 소방서 5~6곳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소방청은 대전 인근인 세종과 충남, 충북 지역 인력·장비도 동원했다.

화재는 지하 1층 주차장 물류(제품) 상하차 구역에서 발생했으며 불이 인화성이 강한 종이상자와 의류 등으로 옮겨붙으면서 급속하게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은 진화를 마친 뒤 조사가 이뤄져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자·의류로 불 옮겨붙어 급속 확산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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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6일 화재 발생 현장을 찾아와 사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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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직후 구조된 5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병원으로 옮겼지만 모두 숨졌다. 구조된 40대 남성 박모씨는 의식 불명 상태로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40분쯤 “직원 4명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경찰과 협조,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서 신호가 모두 지하주차장에서 잡히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 지하주차장 동편과 서편에 구조대 7개 팀을 보내 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2명의 시신을 찾았다. 방재실, 여자 탈의실 등에서 발견된 이들은 전신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오후 3시쯤 진화를 마친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을 6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을 벌인 끝에 3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대전소방본부는 “의식 불명 상태인 박모씨는 현대아울렛 방재실 담당 도급업체 직원으로, 화재 직후 직원 대피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그는 화재 직후 소방시설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대피방송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하 1층 주차장 내부에 연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화재 발생 50여 분 만인 오전 8시48분 지하 1층에서 구조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박씨는 심폐소생술로 자가호흡이 가능해졌지만,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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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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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은 수사부장(최현석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27일 오전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다.

자신을 물류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화재 목격자는 “딱, 딱, 딱 하는 소리가 들린 지 20~30초 만에 검은 연기가 급속하게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와 급히 대피했다”며 “함께 일하던 동료 1명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목격자는 “지하 1층 제4 하역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쇠파이프로 쇠를 때리는 소리가 나더니 제1 하역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대아울렛 측에서 사고 현장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넘겨받아 분석한 결과, 화재 발생 시간으로 추정되는 오전 7시45분쯤 한 남성이 1t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린 뒤 엘리베이터로 옮기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 남성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곧바로 화물차 인근에서 연기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 중이다.

“애들 아빠 어디 있어요” 가족들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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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화재는 매장이 문을 열기 전 발생, 매장과 지하 하역장 등에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하자 주변 컨벤션센터와 호텔 등에서 110여 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실종자 가족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현장 주변에서 수색과 구조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왔다는 실종자 가족은 “애들 아빠 어디 있어요?”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며 흐느껴 울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난 6월 소방점검을 받았다. 점검 과정에서 유도등과 경보음 등의 보완사항이 발견돼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아울렛 측은 “소방점검 당시 불이 난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는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장을 찾아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직원과 주민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6월 개장한 대전현대아울렛은 연면적 13만㎡,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265개의 판매시설과 컨벤션·영화관 등을 갖췄다.

대전=신진호·최종권·황희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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