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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부모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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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이는 자고 있을 때 제일 예쁘다. 깨어 있으면 지켜보면서 걱정되고, 놀아주느라 너무 힘드니까. 부모가 그 어려운 육아를 묵묵히 감당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료실에서 찾게 될 때가 있다.

신생아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은 특징이 있다. 손에 종이를 꼭 쥐고 들어오거나 핸드폰을 켠 채로 진료실로 들어온다. 깨알 같은 글씨로 아이의 상태를 빼곡히 적어온 것이다. 몇 시 몇 분에 얼마를 먹었고 기저귀는 몇 개를 갈았으며, 어떤 변을 보았는지 사진으로까지 저장해서 보여준다. 더욱 놀랄 만한 건 새벽 2, 3시의 아이 상태가 쓰여 있는 것으로 봐서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진료를 보러 온 것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이가 통잠을 잘 수 있을 때까지 수개월 동안 부모는 계속해서 아이를 밤새도록 지켜본다.

병원에서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입양원과 결연을 맺어 아기들을 진료해주고 있는데, 아이가 입양이 안 된 채 오랫동안 입양원에 머물러도, 새로이 들어와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져도 마음이 편치 않다는 특이점이 있다. 새로운 부모를 만날 때까지 수녀님들이 사랑으로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혈연이라는 것이 부모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병원에서 아이들의 검진을 담당하시는 센터장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예약환자가 예정 시간보다 2시간도 더 지나 접수를 한 적이 있는데 진료실 문이 열리고 환자와 부모님을 마주하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기관절개를 하고 산소발생장치를 연결한 채 가냘픈 숨을 몰아쉬는 주먹만 한 아기가 숨이 넘어갈 듯 그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였는데 이 증후군을 가진 아기는 태어난다 하더라도 생명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면서 BCG를 맞히려고 방문한 것이었다. 진료 중에도 보호자는 퇴원 수속이 예정보다 오래 걸려 예약 시간에 늦었다며 연신 미안해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인해 센터장님의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가르쳐야 할지,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어떻게 감싸주고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부모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그 도전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작은 도움을 보태고 그와 함께 용기와 위로를 드리고 싶다. 나의 생일날에 축하를 받기보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들려드리고 싶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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