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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뇌]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제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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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패권을 놓고 미·중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즈음에 섬나라 영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한번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근대과학의 방법론적 기초를 확립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뇌인지적 렌즈로 패권의 비밀을 풀어보자.

인류 근현대사를 움직여 온 강력한 세 엔진이 근대과학, 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정신적 발명품이다. 각 엔진은 상호 연결되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과학적 발견에 기초한 기술혁신은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고, 또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받쳐주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발명품이 동시에 꽃을 피운 곳이 바로 영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영국을 그렇게 만든 정신적 토양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답을 프랜시스 베이컨의 걸작, '노붐 오르가눔'에서 찾았다.

그는 자신의 책 2부에서 대상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넘어 과학의 성립 조건인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개미처럼 재료를 모으는 일에만 치중하는 영국의 경험론과 거미가 거미줄을 짜듯 모든 것을 안으로부터 끌어내는 대륙의 합리론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근대과학의 방법론으로 '신귀납법'을 제시했다.

이제 신귀납법을 쉽게 풀어보자. 1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의 손이 따뜻한지 차가운지를 실험해보자. 악수를 한 후 6명은 따뜻하다, 3명은 차갑다, 나머지 1명은 미지근하다고 했다면 그 사람의 손은 차가운가 아니면 따뜻한가? 여기서 다수결의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 다수결은 자신의 주관적 손끝 온도에 따라 상대를 따뜻하다 또는 차다라고 평가한 양적 지표에 불과하다. 이것이 양적 귀납이다.

이러한 양적 귀납을 넘어 질적으로 귀납하는 것이 신귀납법이다. 그는 단순히 손이 따뜻한지, 차가운지를 넘어 '열'의 진정한 본질에 집중했다. 그는 우선 '열'이 어디에 있는지, '열'이 어디에 없는지 상반된 사례들을 모았다. 어떤 대상에 '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다면 그 대상은 '열'과 상관없는 것이기에 제해버렸다. 그렇다면 진정한 '열'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는 '열'이 있으면 대상의 부피가 팽창한다는 질적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이러한 신귀납법은 근대과학의 방법론인 동시에 서로 상반된 개인적 의견을 넘어 전체 국민의 뜻을 찾아내는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이고, 서로 다른 소비자의 선호로부터 시장을 찾아내는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뛰어난 과학기술력,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갖고 있다. 여기에 신귀납법적 사고로 무장된다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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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훈 창의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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