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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란 히잡시위 “독재자에 죽음을”…하메네이 일가도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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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이 히잡(이슬람 세계의 여성 머리 스카프)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사망하며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최소 57명으로 늘어났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이번 시위로 인해 25일까지 최소 5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수도 테헤란과 북서부 타브리즈, 라슈트, 하메단 등지에서 시위대와 정부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인들은 아미니와 비슷한 나이거나 더 어린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히잡을 벗는 용기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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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도 이란 당국을 비판하는 연대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영국 런던의 이란 대사관 밖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며 5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고, 프랑스 파리에선 트로가데로 광장에 경찰 추산 약 4000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도 “나와 너의 이름은 이 칠판에 남아 있어. 불의와 억압의 상처가 우리 몸에 흉터를 남겼지”라는 이란 민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당초 ‘여성, 생명, 자유’를 기치로 내건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비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시위대의 분노 대상이 되고 있다.

53세의 그는 이란 내 공식적인 정부 직책은 없지만, 83세의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부친의 후계자 후보군에 있는 인물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자리는 승계로 이어지지 않지만, 최근 며칠 동안 테헤란의 시위대가 “모즈타바가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죽기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 정부 당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 사법부 수장에 임명된 골람 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이날 관용 없는 단호한 조치의 필요성을 밝혀 향후 강경 진압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영방송들을 통해 “시위에 참여한 폭도들은 단호히 진압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 외무부는 25일 “미국이 이란의 폭도들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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